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수수료 덤핑 부추기는 공공기관


“투자은행(IB) 업계의 불건전영업 행위를 바로 잡겠다는 당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매번 수수료입찰로 수수료 덤핑을 조장하는 공공기관부터 바로잡는 게 우선 아닙니까.” 최근 금융 감독 당국이 수수료 덤핑과 금리 녹이기 등 IB업계의 불건전영업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칼을 빼든 데 대해 IB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IB업계에서 수수료 입찰로 과당경쟁을 조장하는 곳으로 주로 꼽는 곳은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공공기관이다. 한 증권사 IB본부 임원은 “공공기관들이 자산 매각 등의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딜(deal) 수행 능력이나 트랙레코드 등 정성적 평가를 고려하지 않고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 회사를 주로 선정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사실상 IB업계의 수수료 덤핑을 조장하는 주범은 공공기관들”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A공사는 주관사 선정시 외국계 IB와 국내 IB의 수수료 기준을 달리 적용한다. 국내 IB들이 입찰에 참여할 때마다 수수료 덤핑을 일삼기 때문에 국내 IB는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 회사를 뽑고 외국계 IB는 이보다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더라도 딜 수행 능력을 주로 본다는 얘기다. 같은 딜을 수행하면서 외국계가 국내 IB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수두룩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B공사는 최근 보유 지분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업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수료를 적어낸 C증권사-D회계법인 컨소시엄을 매각 자문 주관사로 최종 선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수수료 덤핑을 일삼는 것도 문제지만 좀더 본질적인 문제는 공공기관들이 수수료를 주요 잣대로 주관사를 선정한다는 사실”이라며 “공공기관들이 수수료 입찰을 일삼고 국내 IB업계의 제살 깎기식 경쟁이 지속되는 한 수수료덤핑 관행을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의 지적대로 국내 증권사들이 물량확보를 위한 가격경쟁에 치우치면서 투자은행으로서의 역량도 정체돼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IB시장 질서를 헤치는 본질적인 문제인 수수료경쟁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공기관부터 정량적평가와 정성적평가를 접목한 공정한 주관사 선정 기준을 마련해 솔선수범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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