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방송사업자들이 송출화면을 일반화질(SD)에서 고급화질(HD)로 바꾸는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도의 케이블 셋톱박스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설진영(51·사진) 포티스(141020) 대표는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경제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방송사업자들의 HD 전환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셋톱박스 시장이 덩달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에 걸맞게 방송시장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인도 내 위성 최대방송사업자 다섯곳(디쉬TV·비디오콘·선TV·바르티에어텔)이 보유한 고객 수만 각각 4,000만~5,000만명에 달한다. 방송사 한곳 당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가입자를 두고 있는 셈이다.
설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인도 위성방송 사업자인 비디오콘에 하이엔드 HD셋톱박스를 공급해왔다"며 "그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인도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기술력 있고 품질이 우수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포티스에 좋은 소식이 생겼다. 인도 최대 케이블 방송사업자인 패스트웨이와 60억원 규모의 HD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 지난해 매출실적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로 포티스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계약이다.
패스트웨이는 인도 북부지역에서 디지털 방송 가입자 8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현재 SD셋톱박스를 HD셋톱박스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포티스는 HD 하이브리드 케이블 셋톱박스를 공급하게 된다.
설 대표는 "이 제품을 앞으로 1년간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에 계약한 물량을 모두 납품한 뒤에도 수요가 있다면 추가로 납품할 수 있다"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인도 내에서 우리 제품의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티스는 최근 인도시장 진출에 성공했지만 지난해에는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1·4분기에 외주 임가공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해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 "기존에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중국 생산공장에서 우리가 요청하는 제품생산에 잘 대응하지 못했어요. 품질 불량이 발생했고 관리에도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위기의 순간 설 대표는 정공법을 택했다. 설 대표는 기존 임가공 업체에 생산 중단을 통보했다. 제때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납품사와의 신뢰에 큰 손해를 입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포티스는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중국 동관에 위치한 세마전자와 임가공 계약을 새로 맺었고 현재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설 대표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면서 "포티스의 강점은 뛰어난 기술력인데 불량품이 나온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설 대표는 앞으로 인도 외에도 HD 전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및 남미 지역도 공략할 방침이다. 설 대표는 "국책사업 또는 방송사별로 HD 전환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기존 리테일마켓에서는 예전의 실적 회복을 목표로 다양한 거래처 확보에 주력하고 방송사업자 시장에서는 인도·말레이시아·베트남·우즈베키스탄·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대표는 이어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중대형 방송사업자의 경우 장기적인 영업과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올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