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08 증시결산] 공포에 질려 시황판 보기 두려웠다

40% 폭락… 외국인 33兆 사상 최대 매도… 하루 하락폭 126P…<br>'I' 등 공포 시리즈 증시 엄습에 주가 널뛰기<br>변동성 활용 선물·옵션 파생 상품 인기끌어



‘호질기의(護疾忌醫ㆍ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 2008년 사자성어로 꼽힌 ‘호질기의’는 올 한해 국내 증시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병)를 가벼이 여긴 대가는 컸다. 더 큰 문제는 숨겨진 병을 찾아야 할 의사(증시전문가)마저 ‘장밋빛 전망’에 도취돼 있었다는 점이다. 전대미문의 기록이 속출했던 2008년은 증시 투자자들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낸 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ㆍ최장ㆍ최악’의 한해=올해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88포인트(0.62%) 오른 1,124.47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전년 말(1,897.13포인트) 대비 40.73% 폭락하면서 1980년 이후 역대 3번째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사상 유례가 드문 폭락장에 ‘최초ㆍ최대ㆍ최장’의 기록이 쏟아졌다. 우선 외국인은 올 국내 증시에서 33조7,969억원(29일 현재)을 순매도해 사상 최대 규모로 순매도를 했다. 지난 6월9일부터는 33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보여 연속 순매도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기관이 사상최대 규모의 순매수(23조원)로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변동성이 극에 달하면서 지난 10월16일에는 역대 최대 하락폭인 마이너스 126.50포인트를 기록한 반면 같은 달 30일에는 11.95%라는 사상최대의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29일에는 일중 변동폭이 157.98포인트(15.81%)에 달해 최대 변동폭 기록을 세웠다. 그 사이 코스피지수는 938.75포인트(24일 종가 기준)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고치(1,888.88포인트ㆍ5월16일)의 반토막이 났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빗대 ‘고등어 증시’라는 유행어가 회자됐다. ◇‘공포’가 시장 지배=올 증시를 지배했던 가장 강력한 단어는 ‘공포’였다. 유가가 폭등하며 나타났던 ‘I(Inflation)의 공포’를 시작으로 ‘S(Stagflation)의 공포’ ‘R(Recession)의 공포’ ‘D(Deflation)의 공포’를 차례로 거치며 주가는 널뛰기를 계속했다. 최근 구조조정 이슈 속에 나온 ‘J(Jobless)의 공포’까지 공포의 증시 지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곽병렬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로 인한 상품 시장의 거품 형성과 그 거품의 해소 과정(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 강세ㆍ증시 붕괴)이 어찌 보면 2008년도 디레버리지(차입 축소) 과정의 가장 중요한 신호였다”며 “미 금융위기로의 전이 효과를 과소평가한 것이 뼈아프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선물ㆍ옵션 시장 인기=어느 때보다 위축된 1년이었지만 돈이 몰린 곳은 있었다. 우선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연중 내내 지속되면서 변동성을 이용한 파생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코스피200선물 시장은 1월 일평균 21만6,890계약에 불과했으나 11월에는 42만3,385계약 수준까지 증가했고 옵션 시장도 변동성이 증가한 하반기 거래량이 폭증했다. 그러나 선물ㆍ옵션 시장의 폭주는 코스피시장에서만 26번의 사이드카가 발생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고 웩더독(선물이 현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하는 것)현상도 자주 나타났다. 아울러 증권사 옵션 상품인 주식워런트증권(ELW) 역시 올해 사상최대 수준의 거래량을 보였고 상장지수펀드(ETF)도 낮은 거래세 등 장점이 부각되며 올해 급격히 성장했다. 반면 안정적인 상품으로 각광받았던 주가연계증권(ELS)은 9월 폭락장에서 대거 손실이 나며 매력을 잃었다. 이외에 FTSE 선진국 증시 편입, 개별주식선물과 돈육선물 상장 등은 올해 국내 증시가 일군 큰 성과로 꼽힌다. ● 43 <상승 종목수> VS 885 <하락 종목수>
세방전지 125% 올라 상승률 1위
STX그룹주 주가 5분의1 토막나
'43대885'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들어 주가가 상승한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의 숫자다. 지수급락을 반영하듯 주가가 내린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경기방어주들은 선전한 반면 경기민감주는 약세를 보였다. 3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200위 종목 중 지난해 연말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세방전지ㆍ한전KPSㆍ남광토건ㆍ농심ㆍ남해화학순이었다. LG텔레콤ㆍKT&G 등이 그나마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서는 올 들어 주가가 떨어지지 않아 체면을 세웠다. 주가 상승률 1위 종목은 자동차 전기제품 생산업체인 세방전지로 125.83%나 올랐다. 하락한 대형주는 STXㆍSTX엔진ㆍSTX조선 등 STX그룹주로 주가가 5분의1 토막이 났다. 대림산업ㆍ하이닉스도 70% 이상 주가가 빠졌다. 이외에 한진중공업홀딩스ㆍ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주들이 약세였다. 증시 하락으로 대다수 종목의 시가총액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순위에 부침이 있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으며 2위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포스코가 차지했다. 시총이 73조846억원으로 지난해 91조6,711억원에서 20%가량 줄어들었지만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아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9.63%에서 12.74%로 높아졌다. 반면 3ㆍ4위에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인 한국전력과 SK텔레콤이 올랐다. 지난해 3위를 차지했던 현대중공업은 조선주들의 몰락과 함께 5위로 내려앉았다. 또 지난해 14위와 20위를 차지했던 KT와 KT&G가 9ㆍ10위로 껑충 뛰어올랐으며 삼성화재ㆍ신세계와 같은 경기 비탄력적인 회사들이 몸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반면 지난해 10위에 들었던 현대차ㆍLG디스플레이ㆍSK에너지와 같은 경기민감주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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