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이달로 107개월째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 91년 3월에 시작된 호황은 61~69년의 호황기록을 깼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 붐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지금의 미국경제 호황은 29년의 대공황, 80년대 말 일본 경제버블 붕괴 직전의 상황과 외형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20년대에도 미국경제는 10년에 가까운 장기호황을 지속했고 주식시장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신기술(전기와 철도)이 미국의 산업을 바꾸어놓았다. 80년대 일본도 그랬다. 일본의 전자기술은 세계를 지배했고 닛케이지수는 4만을 넘었다. 도쿄 주변 땅값이 미국을 사고도 남았다.
그러면 미국의 장기호황이 대파국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연착륙을 할 수 있을까. 뉴욕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요즘 대공황을 분석한 책을 펴놓고 연구에 여념이 없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일본은행 간부를 연찬회에 초청, 버블 경제가 무너졌을 때의 정책오류에 대해 경청했다.
미국에서 나오는 분석들은 지금의 장기호황이 대공황 직전과 일본의 버블 경제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 경우 모두 중앙은행의 정책오류에서 나왔다. 일본의 경우 일은(日銀)이 지속적인 통화팽창 정책을 써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유입됐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경기하강 국면에 돌입했다. 대공황은 경기가 꺾이고 있는 시점에 FRB가 통화공급을 확대해야 하는데도 긴축정책으로 전환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결국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손에 호황이 지속될지 여부가 달려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린스펀의 최대 고민은 증시다. 그는 96년 말 다우존스지수가 6,300대였을 때부터 증시 거품론을 펼쳐왔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뉴욕증시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60년 동안 평균 49%였으나 지금은 150%로 높아졌다. 정보기술주가 집중된 나스닥의 경우 90년대 초반에는 시가총액이 3,00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올초 4조5,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엄청난 돈이 월가로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시가 폭락할 때 미국의 장기호황은 끝나고 세계경제에 또다른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칠 것은 당연하다. 증시의 거품을 안전하게 걷어내는 것이 중앙은행의 최대과제다. 그린스펀은 이달 초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올해 3~4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월가에서는 보고 있다.
뉴욕 증시가 조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미국경제는 자체적으로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미국국민들의 저축률은 0%에 가깝고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며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서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경우 거대한 경제를 버텨내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코노미스트들과 월가 투자가들은 『그린스펀이 있는 한 호황은 유지될 것』이라는 비과학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뉴욕=김인영기자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