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간혹 기업인들로부터 좋은 변리사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문기술로 승부를 거는 벤처기업인 경우에는 그 요청이 더욱 절박하다. 공인으로서 특정인을 소개해 주기는 어려운 일인지라 그런 요청을 받을 때는 ‘출신학교는 묻지 않더라도 전공분야와 경력은 꼭 물어보라’고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변리사의 전공(전문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날이 갈수록 기술내용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이종 기술 간의 융합 현상까지 일어나서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연구개발 결과물을 특허권으로 권리화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또 변리사의 역할이 과거에는 특허의 출원ㆍ등록 업무 위주였다면 이제는 기술개발 초기단계부터 유사한 특허가 있는지 특허정보를 검색해 개발자에게 연구개발 방향에 대해 자문하는 일부터 특허분쟁 때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 의뢰인을 대리하는 일까지 광범위해졌기 때문이다.
연구계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민사법원이 관할하는 특허침해소송사건에서 특허 출원단계에서부터 관여했던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대리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것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당연한 얘기다.
최근 변리사의 전문성으로 강조되는 능력 중 하나가 구술심리 능력이다. 과거에는 특허분쟁이 일어나면 양 당사자가 특허심판원을 매개로 두툼한 서류를 주고받으며 지루하게 서면 공방전을 펼쳤다면 이제는 심판정에 양 당사자와 대리인이 출석해 법정영화에서처럼 불꽃 튀는 설전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입증해야 한다. 특허심판원의 심리방식이 서면심리 일변도에서 구술심리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변리사의 구술심리 능력은 단지 언변이 뛰어나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사전에 사건의 쟁점을 명확하게 파악해서 정연한 논리를 세우고 결정적인 증거를 수집해 심판정에서 설득력 있게 구술로써 풀어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결국 해당 분야를 전공한 변리사가 아니라면 사건의 내용 파악조차도 쉽지 않아 구술심리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흔히 무슨 일이 생기면 학연ㆍ지연을 총동원해 아는 사람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적어도 특허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그러한 관행을 탈피해 기계분야의 특허출원이면 기계 전공자를, 화학분야의 특허심판이면 화학 전공자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