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신드롬이 대ㆍ중소기업 상생의 기본 틀을 흔들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이 '무차별적 보호'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옮겨가는 듯하더니 공정사회가 강조되면서 대ㆍ중소 상생의 중심이 대기업의 일방적인 양보와 지원 쪽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생은 대기업ㆍ자본ㆍ정규직 등 선도 부문이 중소기업ㆍ노동ㆍ비정규직 등 취약 부문에 일방적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기계적 평균화가 아니다"라며 "선도 부문과 취약 부문이 서로의 발전을 견인ㆍ추동하면서 상호의존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생도 시장원리를 기반으로 서로의 성장을 북돋우는 메커니즘이 작동돼야 활성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공정'이라는 화두에 맞춰 대ㆍ중소 상생도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대기업이 번 것을 중소기업에 넘겨주는 일방적 시혜 방식에서 대기업이 앞에서 끌고 중기가 뒤에서 밀어주는 동반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소극적으로 약점을 메워주는 네거티브 제거전략에서 강점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포지티브 전략으로의 궤도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기 위해 엔진만 바꾸면 비행기가 부서지기 때문에 동체ㆍ디자인ㆍ시스템 등을 다 바꿔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약점을 채워가는 네거티브 제거전략에서 강점을 활용하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수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 소장도 대기업의 시혜적 상생과 지원 위주의 중소기업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중소기업 정책의 경우 중소기업을 경제적 약자라는 관점에서 지원에만 중점을 둬 부실 중기는 퇴출되지 않고 우량 중기는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 부작용이 생겼다"며 "중소기업 정책을 지원ㆍ시혜의 관점이 아닌 창업과 벤처 등 신규진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