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7일] 소통 없는 사회

지난 2월 중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만난 루드 루버스 전 네덜란드 총리는 기자와의 인터뷰 내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은 항상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꿈과 요구를 담아내는 데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버스 전 총리는 ‘네덜란드의 기적’이라 불린 사회개혁과 경제성장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12년 동안 총리를 지냈다. “(국민과 반대파들에게) 사회협약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무려 4년이나 걸렸다”고 힘주어 말하던 원로 정치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학생들 손에까지 촛불을 쥐게 한 쇠고기 파문과 관련,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88일 만의 일이었다. 우리는 지금 소통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그냥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위험한 사고가 여전히 팽배하다. 반대하고 막아서는 상대방은 ‘적’이기 때문에 비난하고 위협한다. 상식이 통한다면 진정성 있는 대화에서 상당 부분의 오해가 풀릴 수 있다. 상대방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그 주장의 모순을 의심해보면 된다. 다른 장면으로 가보자.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현대ㆍ기아차에 요구한 대각선교섭 상견례가 두 차례나 무산됐다. 금속노조는 대각선교섭이 좌절될 경우 파업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회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협상을 요구한 노조가 진정으로 ‘노사관계’라는 울타리에서 회사와 조합원의 발전을 위한 진솔한 대화를 원하고 있느냐이다.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왠지 노조 측은 다른 곳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증권가도 “올해 현대차 노사갈등은 정치적 이슈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공을 쌓기 위한 것이든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여론의 힘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거센 반감만 살 것이다. 보다 멀리 보는 연습을 하면 일의 순서를 제대로 정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소통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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