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서울포럼 2011] "과학은 현실세계를 담은 詩… 상상하고 이해하며 즐겨라"

SESSIONⅢ: 모두를 위한 과학: 과학자와 소통<br>■ 기조강연 :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br>과학 쉽다는 인식 심고 대중 호기심 자극해야<br>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과학자·대중이 통해야 한국과학이 세계 주도"

서울포럼 2011 제3세션에 영상으로 참여한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가'과학과 대중의 소통'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과학은 시(詩)다."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는 "과학은 현실세계를 표현하는 시 같은 존재"라는 비유와 함께 세션3 '모두를 위한 과학 : 과학자와 소통' 강연의 서막을 열었다. '만들어진 신' '이기적 유전자'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서로 무신론과 진화론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도킨스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과학 대중화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과학자에게 노벨 문학상이 수여될 수 있도록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한 영문과 교수를 소개하며 "우주의 시간과 공간은 굉장히 훌륭한 문학 주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존재하는 것(과학)이 소설 등 허구적인 이야기가 보다 더 좋은 문학 소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이 따분하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두고 도킨스 교수는 '과학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불행과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과학을 포기하는 것은 인류가 고안한 가장 흥미 있고 효율적인 생각의 도구를 거절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무관심은) 과학자들이 뭔가를 크게 잘못한 것"이라고 자기반성한 도킨스 교수는 과학자들에게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먼저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을 주문했다. '인간의 뇌의 뉴런을 펼치면 길이가 얼마나 될까' 같은 신기한 의미를 갖는 숫자놀이를 즐긴다는 도킨스 교수는 "놀라운 사실이나 새로운 비유를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볼 것"을 권유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도 완전히 재해석해 전달하면 대중과 과학의 거리는 더욱 좁혀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그는 "과학이 어려운 이유는 현실세계를 설명하는 법칙 자체가 어려워서인데 능숙한 작가(과학자)는 이 모든 어려움을 넘어서 원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다"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감동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깨워주고 영감을 주는 게 목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본인의 저서(연구 보고서)를 비평가의 입장에서 큰 소리로 읽어가며 내용을 고치고 실수한 부분을 보완할 것을 강조했다. 대중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도킨스 교수는 "호기심이야 말로 인류가 가진 가장 값진 것이자 과학을 움직이는 힘"이라며 "이해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껴보라. 초자연 현상 같은 허황된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현실세계가 선사하는 마술을 즐겨보라"는 주문과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의 바통은 도킨스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다윈진화론 지지자로 알려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이어받았다. 최 교수는 DNA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 사례를 제시하며 과학자가 왜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에 앞장서야 하는지를 소개했다. 그는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으로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 등 3명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는 것은 왓슨"이라고 운을 뗀 뒤 "노벨상 수상 이후 왓슨이 대중들에게 연구 과정을 알리기 위해 쓴 '이중나선'이라는 책이 미국 청소년들의 필독 도서로 권장되면서 왓슨에 비해 다른 두 과학자는 '잊혀진 과학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대중과 소통하려 애쓴 왓슨이 개인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DNA 연구', 더 나아가 '인간 게놈'에 대한 집단지성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과학자들끼리만 논의하면 사회의 여러 지식을 연결시키는 일을 하기 힘들다"며 "그래서 과학의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과학자가 일반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 그리고 '일반 대중이 과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학문ㆍ분야 간 소통인 '통섭'이 더해지면 한국 과학이 세계적인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했다. 분명 학문은 따로 존재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학문 간 담이 너무 높으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담을 낮추고,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섭'이 이뤄질 때 우리도 '숙제만 하는 학생'에서 '문제를 내는 출제자'로 발전하고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