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초를 튼튼히 해 실력있는 금융인이 돼야한다."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40년간 몸담았던 금융계 일선을 떠나는 김승유(62) 하나은행장은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후배 금융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경제를 보는 안목과 국제 경제에 대한 식견, 화폐금융 리스크 등 금융의기초가 튼튼해야 환경변화에 대한 판단이 선다"고 강조하고 "은행은 사람을 키우는노력을 해야하며 이런 맥락에서 대학을 좀 더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충청은행을 인수해 제2의 도약을 맞았을 때와 SK사태를 잘 넘겼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1998년 충청은행 인수는 일개 투자금융사 수준이었던 하나은행이 덩치를 불리며일약 은행권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됐으며 2003년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은 하나은행의 존립을 위협하는 일대 사건이었으나 채권단과 공고한 신뢰유지로 무사히 잘 처리됐다.
김승유 행장은 이 밖에도 굵직한 해외자금 인수와 환란 당시 외국채권단의 만기자금 연기 성사 등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나은행 주가는 1997년 2월 김승유 행장 취임초 3천540원에서 작년 2만9천원대까지 무려 9배 이상으로 뛰었고 당기순이익은 1996년 445억원에서 작년 1조3천430억원으로 30배로 성장했다.
또 총사산순이익률(ROA)은 1996년 0.55%에서 작년 1.66%로 올라갔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28%에서 33.03%,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8.71%에서 11.83%로 각각 상승했다.
김 행장은 "원칙에 맞는 투명한 경영과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들의 열정이 하나은행을 이렇게 성장시켰다"면서 "은행이 설립후 34년 연속 흑자배당을 실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한 점도 회사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독서를 열심히 하고 새로 생긴 취미인 사진촬영을 위해 여행도 많이 다니겠다는 김 행장은 오는 9월 이후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하나금융지주회사의 회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경기고와 고려대를 나온 김 행장은 1965년 한일은행에 입사, 3년간 근무하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 197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그는 한국투자금융 입사후 증권부장, 영업부장 등을 거쳐 30대에 임원자리에 앉는 등 초고속 승진 끝에 1997년 2월 하나은행의 지휘권을 맡았으며 1998년 충청은행,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을 잇따라 인수, 오늘의 하나은행을 일궈냈다.
역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3개 은행을 잇따라 인수합병한 사람은 김 행장이 유일하다.
일개 행원으로 입행해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후 조그만 금융업체를 국내 4대은행으로 자리잡게 한 그는 이 때문에 하나은행 내부적으로는 물론 국내 금융계에서도 최고의 금융인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는 특히 올초 다산금융대상과 경영자대상 등을 수상하며 경영자로서 절정기의기량을 발휘할 때 후진에 자리를 내줌으로써 40년 금융인생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를 비롯한 대다수의 주주들이 김 행장에 대한신임이 높아 행장에서 물러나더라도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복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