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19일 개성공단 2차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및 토지 임대료 인상 요구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오히려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강하게 비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기업경영 애로 해소 차원에서 지난해 12월1일 시행한 육로통행 제한, 체류제한 등의 조치를 풀어줄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터무니없는 임대료 인상 요구의 강도는 11일 회담과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차례에 걸친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큰 성과 없이 끝나면서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파행 운영의 부담을 당분간 계속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주장, 여전히 평행선=이날 회담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2시간 40여분간 진행됐다. 우리 대표단은 오전 회담에서 33쪽에 달하는 분량의 기조발언을 약 40분에 걸쳐 낭독했다. 기조발언에서 우리 측은 ▦개성공단 관련 기존 계약ㆍ법규ㆍ합의를 준수하고 ▦정치군사적 상황이 아닌 경제문제를 기초로 한 개성공단 논의 진행하며 ▦개성공단을 국제경쟁력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키자는 등 3대원칙을 천명했다. 우리 대표단은 또 개성공단을 국제적 공단으로 조성하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동남아시아ㆍ중앙아시아 등 전세계 주요국이 운영하는 공단을 실사하자고 제안했다. 1단계 시찰 대상은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며 2단계는 중앙아시아, 3단계는 미국을 비롯한 남미 지역이다.
북한은 이 같은 우리 측 제안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11일 1차 회담에서 요구한 근로자 임금 300달러 인상 주장을 반복했다. 북한은 특히 이날로 82일째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소재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 없이 당장 큰 목돈을 쥘 수 있는 토지임대료 5억달러 인상 문제를 먼저 협의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실무회담 장기화 가능성=남북이 이번 회담에서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오는 7월2일 다시 만나기로 함에 따라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북한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한 16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거론하면서 6ㆍ15공동선언 정신에 위배된다고 강하게 비난, 앞으로의 회담 전망을 어둡게 했다. 반면 북측이 육로 통행 시간대와 시간대별 통행 인원ㆍ차량 수를 대폭 줄이고 개성공단 상시 체류자를 880명으로 제한한 이른바 ‘12ㆍ1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친 것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우리 기업인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출입제한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공단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개성공단은 일단 존폐 위기의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