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료 법률서비스 잘 활용하면 복음"

서민들, 올 8만명 재기 발판<br>개인파산 선고서 잇단 면책·분쟁 무죄판결등 받아내<br>법률구조공단·삼성 법률봉사단등 구조 손길도 확산


#사례1. 서울 화곡동의 김모씨(여ㆍ46)는 올해 초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95년 남편의 사망이후 식당 파출부나 막노동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갔지만, 남편의 사채빚 상환과 자녀 교육비를 위한 추가 대출금 등으로 형편은 최악의 상황을 빠져 들면서 김씨는 자살까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우연히 법률구조공단의 지하철 광고를 보고 직접 방문, 무료로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고, 파산선고와 함께 면책결정도 함께 얻어 10여년간의 지긋지긋한 채무에서 벗어나게 됐다. 김씨는 “갚아도 끝이 없는 빚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었다”며 “서민들을 위한 무료 법률서비스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악화된 허리디스크가 나아지면 파출부 일 등을 통해 빚 한푼 안지고 자그마한 내집을 마련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사례2. 생수업체를 운영해 오던 A씨는 사기죄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공단의 적극적인 변론으로 2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A씨는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생수운반 트럭 구입 등을 위해 금융기관과 지인으로부터 대출을 받았지만 갚지 못해 사기죄로 몰렸다. 그러나 국선변호사로 나선 구관희 변호사는 A씨의 채무가 모두 사업과 긴밀히 연관된 것이고, 피고인의 생계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피고인이 성실하게 생수업체를 운영해온 점을 감안해 적극적인 변론에 나섬에 따라 결국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1심에서 유죄 징역6월로 선고된 사건을 단지 사정참작을 위한 변론에 그칠 수 있었음에도 사건기록을 세밀하게 검토해 적극적으로 변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례”라고 말했다. ◇법서비스 사각지대 서민 올 8만명 구조됐다= 올 한해 개인파산이나 각종 민형사 사건에 휘말렸지만 무지와 금전적인 문제로 법률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던 서민들이 법률구조공단이나 삼성그룹 무료법률봉사단의 도움으로 잇따라 재기에 성공하고 있다. 법률구조 사업을 펼치고 있는 법률구조공단에는 올 10월말 현재 구조요청이 369만건이나 쇄도했다. 이 가운데 올해 법률구조 실적은 7만6,809건으로 지난 해 7만6,058건보다 증가했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을 위한 무료 법률구조 실적은 6만6,124명으로 지난 해 4만6,433명보다 급증했다. 공단 관계자는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저소득층의 상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그룹내 변호사들과 실시하고 있는 법률무료봉사 서비스에도 법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지난 3월 삼성이 서민대상 무료법률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 11월7일 현재 법률구제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법률구조공단과 삼성의 무료 법률서비스로 올 한해만 8만명 가량의 서민들이 도움을 받아 인생역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 법률봉사단 관계자는 “올해 실적에 머물지 않고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등 저소득층의 무료 법률상담과 형사사건 무료 변론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민 눈높이 법률서비스 확산=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법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에 대한 구조의 손길도 확산되고 있다. 법률공단 뿐만 아니라 대법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등도 무료법률 서비스나 신속한 소액분쟁 중재 등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법원에서 시행중인 ‘개인파산ㆍ개인회생 소송구조 지정변호사 제도’의 운영에 필요한 20억원을 내년 예산에 편성해 저소득층 서민에게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연간 최대 1만3,000명의 서민들이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 신청에 필요한 법률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서민들의 소액 분쟁을 재판이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신속히 해결해 주는 ‘민사소액사건 중재 제도’를 곧 시행한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를 위해 중재인 후보자 20여 명을 위촉하고 사전 상담 변호사단 200여명을 구성했다. 중재 제도는 청구 금액 2,000만원 이하의 소액 분쟁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해결하는 분쟁 해결 수단으로 서울변호사회가 선정한 중재인의 판정에 따라 당사자들이 중재 또는 화해 절차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법률구조 서비스 확산은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힘든 서민들에게는 잘만 활용하면 복음과도 같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법률서비스’ 무료 논란은 계속= 하지만 일부에서는 무료법률 서비스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경우 ‘법류서비스=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해, 변호사 활동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무료 법률구제는 일정 기준을 갖춘 서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무료 법률구제의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경기침체 등에 따라 사회적 요구도 거세지면서 서민대상 무료법률 서비스 확산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법률공단이 2008년까지 전국민의 50%까지 법률구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이같은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K변호사는 “법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을 위한 법률구제는 사회 통합 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대상은 저소득층 등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변호사는 무료법률 서비스가 확산될 경우 자칫 법률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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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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