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저소득층 배려하는 의료정책을

정성수<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장>

최근 건강보험을 둘러싼 정부정책의 변화는 국민의 의료보장을 근본적으로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의 진출을 허용하고 외국면허 소지자의 의료행위와 내국인의 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경제자유구역법’을 지난 2005년 4월부터 시행했다. 또 올 8월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을 민영보험이 보충해주는 실손형보험을 보험사에서 판매하도록 했다. 이러한 일련의 정부정책 변화는 분배의 정의가 실현돼야 하는 의료보장 분야에도 의료산업화라는 시장경제 논리를 적용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보장에 경제논리를 적용시킬 때 나타나는 폐해는 미국 등 선진국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의료보장제도는 국민의 15%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민간보험의 손에 맡기고 있는데 OECD 국가 중 의료자원이 가장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국민들의 불만도 의료 부문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건강보험은 상부상조의 사회연대성을 통한 국민통합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고급진료에 대한 민영보험이 활성화되면 비싼 보험료를 지불할 수 있는 부유층만 보험에 가입하게 되고 가난한 계층은 가입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리법인 허용은 자본력이 있는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간에 의료공급 체계의 계층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여기에다 진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이를 감당할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기반이 취약해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외국병원의 국내 유치와 민간보험 도입, 영리법인 허용방침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보장정책은 한번 잘못 시행되면 피해가 엄청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돈인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합의를 거쳐 보장성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를 적정수준으로 올리고 현 수준의 정부 지원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길뿐이다. 또 정부는 건강보험이 국민의 의료를 보장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재정의 일정분을 확실히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들이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돼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확실한 정책 의지를 보임으로써 건강보험제도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획득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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