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PF대출 대안 모색 시급


지난 10여년간 부동산 개발금융의 총아였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지나간 자리에 사상자가 즐비하다. 전국적으로 약 500여개의 PF 개발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 결과 저축은행의 5분의1, 100대 건설사의 4분의1 이상이 부실화됐다. 최근의 극동건설 사태는 PF 문제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말해준다. PF가 실패한 원인과 향후의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절실하다.

시행·시공·금융사 사업위험 분담


우리나라의 PF는 교과서적인 PF와 달리 사업이 잘못될 경우의 모든 위험을 시공사가 책임진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사업은 하나하나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두세 개 사업만 삐끗해도 버틸 여력이 없다. 부지를 매입하는 단계, 인허가를 받는 단계, 분양을 하는 단계, 공사를 하는 단계, 수분양자들이 입주하는 단계 등에서 잘못될 수 있는 요인들은 너무나 많다. 그 위험을 시공사 혼자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개발사업의 위험을 시행사ㆍ시공사ㆍ금융기관 사이에 적절히 분담하는 것이 대안 모색의 핵심 포인트다.

첫째, 시행사의 자본 규모와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자회사 등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 요구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시행사의 최소자본금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처음에는 현재의 시행자 자본 투입액의 2배인 토지비의 20% 정도로 최소자본금을 규정하되 향후 상향 조정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개발사업에서 금융기관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시공사들이 더 이상 개발사업의 위험을 부담하기 어려운 현실이므로 어떤 형태로든 일정 지분을 갖고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투자은행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 개발에 관련된 금융기관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적절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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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개발사업의 위험에 대한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의 주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정부출연연구소들이 표준적인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민간에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전에라도 개발금융에 참여하는 금융기관ㆍ시공사들이 내부적으로 위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개발사업의 위험에 대한 정밀 평가 없이 PF 대출보증 또는 보험 상품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PF 대출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함께 새로운 개발금융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4월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합자조합이 미국의 파트너십처럼 개발사업을 주도해가기 위해서는 제도의 세부적인 부분들이 좀 더 가다듬어져야 한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 시행자가 무한책임조합원이 되고 투자자나 토지 소유자가 유한책임조합원이 되는데 이때 토지 등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이연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는 합자조합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부동산 개발리츠 위상 재정립을

부동산 개발 전문 리츠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과 기대가 크지만 지난해 상장한 개발리츠가 퇴출되는 아픈 경험을 했다. 시장에서 능력이 증명된 시행사들이 새로운 도약을 하는 수단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리츠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여년간 많은 기여를 한 한국형 PF 대출이 더 이상 시장을 주도하기 어렵게 됐다. 개발산업과 이를 지원하는 금융 시스템이 적절히 작동하는 것은 원활한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에 필수적이다. 시장 참여자들도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실험해가야 하겠지만 정부도 이 고민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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