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해양플랜트 부가가치 살리자] <중> 서비스분야를 제2 캐시카우로

설치·시운전·운송 수요 급증… 에너지공기업 활용 시장 개척을<br>건설+서비스 2030년엔 1조달러 시장 창출<br>정부 독려에도 자금·기술력 부족으로 구경만<br>공기업 발주자 내세워 중소사 진출 길 터줘야

지난해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를 찾은 참가자들이 전시된 대형 선박들을 살펴보고 있다. 국제해양플랜트 전시회는 국내에서는 처음 열린 것으로 내년에는 2회 행사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서울경제DB


최근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 중인 칸(KHAN)이라는 회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사가 그간 외국업체들이 독식하던 해양플랜트의 시운전ㆍ설치ㆍ개조 등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보통 EPCIC(설계ㆍ조달ㆍ건설ㆍ설치ㆍ시운전)의 영역으로 나뉘는데 사실상 국내업체들이 세계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는 조선 3사의 건설 분야뿐이다. 이에 따라 우리 업체들이 해양플랜트 사업의 외연을 넓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플랜트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설치와 시운전ㆍ개조ㆍ운송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이 영역에 처음 진출한 칸의 경우 드릴십 시운전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쌓으며 올해 매출이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정환 칸 사장은 "발주사들은 해양플랜트를 반드시 시험해본 후 가동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시운전과 설치ㆍ개조 등의 분야는 앞으로 시장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시장 버금가는 해양플랜트 서비스 시장=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해양플랜트 건설 시장은 지난 2010년 1,400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이면 5,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해양플랜트 건설 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규모이며 서비스 시장까지 포함할 경우 2030년에는 1조달러 규모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플랜트를 시험하거나 운송하고 각각의 유전에 맞춰 개조하는 등의 서비스 시장은 건설 시장만큼이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경우 칸과 같은 특수한 케이스 말고는 이 같은 해양플랜트 서비스 영역에 거의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조선사는 해양플랜트 건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중소 조선사들은 서비스 영역에 진출하기에는 기술력과 자금이 부족한 현실이다.

관련기사



◇정부 플랜트 서비스 산업 육성 팔 걷었지만=정부도 해양플랜트 시장의 숨겨진 부가가치를 찾기 위해 서비스 산업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총 86억원을 들여 수심 150~200m 해역에 드릴십 시추 시스템을 시운전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드릴십은 탐사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리하는 데만 반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국 근해에서 테스트해보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본격적인 해양플랜트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석유공사가 동해 탐사 과정에서 남겨놓은 폐시추공을 안정성을 검토한 후 해양플랜트의 시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 해운사와의 협력을 통해 해양플랜트 운송ㆍ설치ㆍ개조 등의 분야에도 국내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만으로 시장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해양플랜트 지원예산 역시 아직까지는 연구개발(R&D) 등에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 활용 국내업체들 실적 쌓아야=이에 따라 유전탐사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을 활용해 국내 중소 조선사나 기자재 업체의 해양플랜트 사업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공기업들이 직접 해양플랜트의 발주자로 나서게 되면 국내 중소업체의 기자재 공급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송ㆍ설치ㆍ시운전 등 해양플랜트 서비스 분야를 개척하는 데도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시추선은 석유공사가 보유한 두성호뿐. 석유공사는 심해 시추를 목표로 제2의 두성호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정석주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정책팀장은 "우리 공기업이 발주자로 나서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업체들의 진출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공기업 부채 문제가 부각되고 자원개발이 축소되면서 공기업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 팀장은 "정부가 우리 미래 먹거리인 해양플랜트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한해서라도 공기업들이 자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