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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이젠 소프트스트럭처다] '실기' 외면 대학교육… 설계인력 양성 '발목'

■ 기술력 확보 왜 힘든가

대학-기업 공동 연구센터… 정부 지원도 대폭 늘려야


영국의 임피리얼칼리지런던대. 이곳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저학년부터 다양한 미니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4학년 때는 실제 공장을 설계하는 수준에 이른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후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업하면 1~3년 사이에 연결설계(FEED·Fornt End Engineering Design)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을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의 화학공학 교육과정은 교과목 중심의 이론강의가 대부분이어서 졸업 때까지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 4학년 때 일부 수행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도 실제 공정설계와는 거리가 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설계인력을 양성하는 초기 과정부터 외국 대학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한종훈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기업이 더 이상 상세설계나 시공만으로 이익을 내기 힘들어진 시장 상황이지만 이를 타개할 만한 설계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하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기본설계 역량이 취약한 것은 해당 분야 인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낮았던데다 대학과 정부의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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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설계와 FEED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설계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기업·정부의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진 건설업체와 중국 등 후발주자 사이에 끼어 수익 창출이 더욱 어려워진 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초급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대학 과정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교육은 이론강의 중심이어서 기획·설계 관련 경험을 쌓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설계 전문대학원 석사과정에서조차 90%가량의 학점을 교과목 수강과 세미나로만 이수해야 할 정도로 '실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또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 논문 중심으로 교수 평가를 실시한 후 실무 위주인 설계 분야의 업적을 인정받기 어려워진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 교수는 "설계는 과학보다 실무에 가까운데 과학실험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젊은 교수들의 설계 분야 지원이 급속히 줄었다"며 "당장 대학이 실기 위주의 교육을 하려 해도 강의 인력이 부족한데다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기업이 연계된 공동 연구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도 시급하다. 해외 우수 엔지니어링 연구센터로 꼽히는 미국 TEES(Texas A&M Engineering Experiment Station)의 경우 2012년 한 해 동안 1,547억원을 연방정부와 기업체로부터 지원 받았다. 반면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대 등 12개 대학, 15개 기업이 참여해 만든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연간 30억원에 불과하고 지원기간도 5년으로 한정돼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1914년 창립된 미국 TEES는 지난 100여년간 5,586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743개 산업체가 지원해 43개의 특허를 보유했을 정도"라며 "선진 연구센터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우리나라의 설계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더욱 시급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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