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기관화 장세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애널리스트의 권한이 강화되는 반면 펀드매니저의 상대적인 권한 축소가 뚜렷해지고 있다. 애널리스트가 추천하거나 그들이 구성한 전략종목군에 든 종목만을 가지고 매매하는 추세다.이에 따라 펀드매니저들은 종목선택 폭이 제한되는 반면 운용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책임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란 기업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값(주가)을 매기는 사람이다.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우량 기업)를 발굴하는 데 쾌감을 느낀다.
이들은 경기흐름이라는 거시적인 틀 속에서 개별기업의 재무 및 손익구조 등을 분석해 기업의 적정 주가를 산출해 낸다. 기업의 현재 가치를 정확히 측정할 뿐 아니라 미래가치에 더욱 주목한다.
주가는 애널리스트의 펜에 따라 출렁인다. 그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가 시장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투자관행이 정착될수록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은 높아진다.
미국의 경우 연봉 1,000만달러를 넘는 애널리스트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문성을 인정, 급여를 대폭 올려주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도 상당수에 달한다.
증시가 급팽창하면서 애널리스트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훈련된 인력이 많지 않아 몸값이 치솟는 것이다. 한 업종을 맡아 최소한 3년은 연구해야 어느 정도 자기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석에 걸맞는 전문지식과 함께 경제전반을 꿰뚫을 수 있는 시야 또한 갖춰야 한다. 물론 풍부한 실전 경험도 뒤따라야 한다. 아무리 이론적 토대가 완벽하더라도 경험이 없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이나 기업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각종 경제지표와 기업별 동향을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산업현장이나 기업을 직접 탐방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공장가동 및 재고상황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만큼 정확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 야근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애널리스트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주가가 기업의 펀더멘털과 관련 없이 움직일 경우에는 상당한 곤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기업이익 증가가 예상돼 매수를 추천했는 데 시황이 나빠 주가가 떨어질 때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업이 악화되거나 주가가 너무 높을 때는 매도 의견을 내야 하지만 해당 기업들의 항의가 빗발쳐 완곡하게 표현하는 데 그치는 것도 딜레마다.
애널리스트와 마찬가지로 펀드매니저들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수익률 전쟁」에 시달린다. 지난해 말부터 펀드매니저의 이름을 내건 실명펀드가 대부분이어서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곳에 돈을 맡기는 경향이어서 회사매출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산운용 전략을 짜내기에 골머리를 앓는다.
연봉제와 성과급이 도입되면서 펀드매니저들은 연봉 수억원의 고액 소득자가 될 수도 있지만 실패해 도태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에겐 사생활이 거의 없다. 일요일에도 일을 집에 갖고 가서 운용에 몰두한다.
회사를 대표해서 고객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주는 펀드매니저들은 이른바 「선택된 소수정예」이다. 다년간의 기업분석 경력을 통해 승부근성, 경제 산업 기업분석 능력과 윤리의식 등을 검증받고 실전을 통해 걸러진 사람들이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짧기만 하다. 아침 7시쯤 회사에 출근, 각종 신문은 물론 간밤에 들어온 해외시장 및 종목관련 자료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종목 브리핑을 챙기다 보면 오전장이 시작된다.
장 중에도 수시로 브로커들과의 전화를 통해 외국인 및 국내 기관 매매동향을 점검하고 주문을 내다보면 점심시간. 한시간 남짓의 점심시간에도 애널리스트나 브로커를 만나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궁금증을 해소한다.
오후장 시작과 함께 다시 자리로 돌아와 오전장 브리핑 자료등 수북히 쌓인 팩스와 이-메일 자료들을 훑어본다. 장이 마감되면 애널리스트와의 산업 및 종목 프리젠테이션이 기다리고 있다. 회의가 끝나면 바로 기업방문이나 종목 및 운용전략 회의가 이어진다.
이를 통해 신규 매도, 매수, 보유 종목을 결정하고 나면 날은 벌써 어두워져 있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도 내일의 투자전략을 머릿속에 그린다.
더욱이 100%를 넘는 수익률을 올린 펀드들이 속속 등장, 펀드매니저들의 중압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주가가 급등, 고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는 데도 신규 고객들의 기대치는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아 고민이라는 것이다.
펀드매니저들은 공통적으로 고객의 돈을 안정적으로 운용,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해 신뢰할 만한 고객자산의 운용대리인으로 새겨지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한다.
문병언기자MOONB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