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납득 어려운 불법체류자 노조허용 판결

서울 고등법원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포함된 외국인 노조 설립을 불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체류자는 노조설립 자격이 없다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다수의 불법 체류자들이 포함된 서울ㆍ인천ㆍ경기 이주노동자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청이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하자 지난해 소송을 냈으며 서울행정법원은 ‘원고구성원의 일부가 불법 체류자이므로 노조설립 자격이 있는 근로자라 볼 수 없다’고 판결했었다. 법원의 판결은 존중해야 하지만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출입국관리법이 불법체류자의 고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근로를 제공하기 때문에 근로자단체를 결성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출입국관리법과 근로기준법의 충돌이 문제다.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취업자체가 명백한 불법인데 이를 근거로 이뤄지는 행위를 합법으로 인정해주는 모순이 생긴다. 이는 국제노동기구와 미국 등 여러 나라들이 불법체류자의 노조는 물론 그들의 근로계약 효력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재판부는 불법 체류자들의 불법행위보다는 권리보호에 무게를 둔 듯하다. 지금 국내의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는 18만9,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하며 중소기업의 구인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제도적 보호와는 거리가 있고 인격적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불법체류자도 인권은 보호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도적인 차원이어야지 불법행위 자체를 용인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불법체류자의 노조설립 허용은 실제 적용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적발되면 추방당하는 불법 체류자들이 집회 등 신분이 노출되는 노조활동을 활발히 하기는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들에 악용될 수도 있다. 반대로 그들의 적극적 노조활동은 중소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는 문제도 있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이번 판결에 불복, 상고한다는 방침이라니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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