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A타임즈특약/칼럼] 빈곤퇴치, 이제 행동에 나설때

니콜라스 스턴<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지난달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빈곤해결을 위한 유엔(UN)개발재원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좀더 안전하고 질적으로 좋아진 인류사회를 만들자는 데 동의했다. 빈국(貧國)과 부국(富國) 모두 지구의 가난을 없애기 위한 싸움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제 이 같은 약속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이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세계은행은 빈곤층을 2015년까지 지금의 반으로 줄이기 위해 UN이 만든 '천년 개발 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가 달성되기 어렵다는 어두운 분석을 최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여러 가지 난제를 지적하고 있다. 르완다의 경우 지난해 임산부 40명중 1명이 출산도중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선진국보다 200배 높은 수치이다. 전 세계적으로 12억명이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24억명의 사람이 최소한의 위생상태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발도상국 여성 3명중 1명이 읽거나 쓰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몇몇 국가의 경우 인간 수명을 늘리기 위한 지난 반세기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인간 기대수명은 러시아가 4년, 우간다는 5년 각각 줄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확산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기대 수명이 무려 14년이나 단축됐다. 그러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보고서도 있다. 세계개발지수(World Development Indicators)에 따르면 신생아의 기대 수명은 개도국에서 지난 40년간 20년 이상 늘었다. 이는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성과이다. 이와 함께 지난 30년간 개도국의 성인 문맹률은 47%에서 25%로 반가량 줄었다. 천년개발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지금 선진국은 좀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하며, 진척상황을 빈국과 국제사회가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가난한 국가들은 정책ㆍ정부기관ㆍ통치형태를 좀더 투명하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변화에 따른 결과는 과거 역사 속에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년간 세계경제속 통합을 가속화했던 24개 개발도상국은 그렇지 못한 나라들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고 기대 수명이 늘었다. 실제 중국과 인도가 포함된 이들 국가는 연 5%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제 이 같은 일이 앞으로 10년간 다른 국가에서도 일어난다면 천년개발목표는 단지 꿈만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발전이 불균등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하라 남부지역이 현 경제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015년 빈곤층은 지금보다 4,500만명 많은 3억4,5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세계 경제 성장에 뒤 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책ㆍ정부기관ㆍ통치형태의 개선이 필요하다. 부국들 역시 자신의 시장을 가난한 나라에 시장을 개방하는 동시에 원조금액도 늘려야 한다. 부자 국가들은 연 3,000억달러를 농업부문에 대한 보조금으로 지출한다. 이는 가난한 국가들의 농산물 수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자 국가들은 이 같은 돈을 개도국을 지원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이번 몬테레이 회의는 그 동안 하락 추세에 있던 선진국의 후진국에 대한 원조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앞으로 수년간 개발원조 금액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반가운 일이나 2015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연 40~60억달러 보다는 적은 액수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가난한 국가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이 더욱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몬테레이 약속은 또 개발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음을 뜻한다. 개도국은 자신들의 제도를 개선하고, 선진국은 후진국에 대한 좀더 많은 지원과 더불어 자신의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전세계 빈곤은 퇴치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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