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량기업 구조조정이 시사 하는 것

삼성 현대자동차 등 우량기업까지 사옥 매각, 감원, 부실사업 정리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국내외 경제전망이 불투명한데 따른 대비책이다. 1분기 우리경제 성장률이 3%대에 머물고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경제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이 전반적인 경기를 주도해왔지만 `부동산 버블` 우려가 커지면서 더 이상 적정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제 일선에서 경기움직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기업들은 현재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개발연대이후 처음으로 구조조정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구조조정 기간이래야 외환위기직후 1년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풀고 외환위기로 폭락한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여 이득을 챙기려는 외국인투자가 몰려들면서 경제사정이 나아지자 구조조정은 물 건너 가고 다시 외환위기이전의 개발연대로 되돌아간 것이 사실이다. 전국민에게 한탕의 환상을 심어준 벤처 바람도 구조조정을 잊게 하는데 한몫을 했다. 결국 민간기업을 포함해 정부 및 공공부문 노사관계 등 4대부문의 개혁과 구조조정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부동산투기열풍, 집단이기주의, 끊이지 않은 부패와 비리, 퇴폐향락산업의 번창 등 한국병이 모두 되살아나고 있다. 제 몫만 챙기려는 집단이기주의는 더욱 극성스러워지고 퇴폐향락산업과 지하경제는 우리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한국이 다시 자만에 빠졌다는 외국 언론과 전문가의 비아냥이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서 우리경제가 건실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부는 우량기업이 다시 구조조정 고삐를 죄고 있는 현실을 예사롭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우량기업이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는 것은 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우리경제 회복에 긴요한 기업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계속 잠식되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공산이 크다. 우리경제는 외환위기이후 구조조정 실패로 건실한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지금부터라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경제의 미래는 지극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우량기업이 다시 구조조정의 불을 지피고 있다. 우리경제가 당면한 난국에서 헤어나는 길은 정부와 공공부문 노사관계 등 우리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의 틀을 다시 짜는 것이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관련기사



오철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