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某회사는 이만큼 냈는데… 성의표시를"

[종합병원, 제약사에 기부금 강요 실태]<br>병원측서 금액·납부방법등 정해 일방 통보<br>기부금 적게낸 회사 약품 他제품으로 교체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내놓은 대형 종합병원들의 기부금 모금 실태를 보면 환자를 고쳐주는 '선의(善意)의 조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제약사들로부터 170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경우 치밀한 모금계획안까지 수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공개한 이 병원의 '새병원건립기금모금안'에 따르면 병원 측은 '외부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고액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겠다'며 각종 방안을 마련했다. 병원 측의 방안에는 기부금을 내는 제약사에는 일정 기간 해당 회사의 의약품을 교체하지 않고 사용할 것을 약속하거나 기존에 거래했던 의약품을 기부금을 낸 회사의 의약품으로 교체하는 조건을 거는 내용들이 모두 검토됐다. 또 제약회사별로 기부금액을 정해놓고 구두 혹은 공문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일부 병원은 아예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다른 제약회사는 얼마를 기부했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을 통보 받은 제약회사는 과다하다고 생각되면 임원이 직접 병원으로 찾아가 사정하며 금액을 깎거나 분납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의 경우 대학 차원에서 기부금 모금을 치밀하게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학병원이 대학본부로 발송한 한 공문에서는 '의과대학 산하 연구소에 관련 업체가 연구기부금을 내게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있으니 기부금을 본부가 직접 병원으로 전출해달라'고 논의하기도 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기부금을 받는 병원 측이 기부금액 및 납부시기ㆍ방법 등을 결정해 제약사에 통보하는 등 주객이 전도된 양상으로 기부금 모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제약업계는 주는 쪽만 아니라 받는 쪽도 제재한 데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제재수위와 관련, 제약사에 비해 처벌수위가 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7년 이후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17곳에 4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어느 병원은 상위권 제약업체에 수십억원대의 기부금을 할당하다시피 했고 이 과정에서 기부금을 적게 낸 제약사의 약이 다른 제품으로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며 "몇 백억원을 걷어간 병원에 부과한 과징금이 다 합쳐 5억여원이라는 게 납득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등을 위한 기부금에 대해서는 이번에 제재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포지엄ㆍ연구용역을 위한 기부금은 제약회사 홍보에도 도움이 되지만 건물건립과 부지매입을 위한 기부금은 병원에만 이익이 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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