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프로게이머·탤런트·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올해 인터넷으로 유명해졌고, 인터넷으로 성공했다. 올해를 빛낸 인터넷 스타 10인을 짚어본다.(무순)◇이기석(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그의 이름은 몰라도 그가 나온 TV광고는 유명하다. 사막에서 안경을 낀 젊은이가 노트북을 두드린다. 갑자기 하늘을 비행기 무리가 가득 메우고, 중무장한 군인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들리는 말. 『인터넷 카리스마.』
프로게이머 이기석. 국내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그는 마땅한 적수가 없다. 스타크래프트를 위해 대학까지 포기했다. 『세계 1위인 캐나다 게이머를 꺾고 세계 1위에 올라서는 것』이 그가 밝히는 목표다. 그는 키도 작도, 체격도 갸냘프다. 그러나 그가 마우스를 쥐고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하는 순간 그는 「인터넷 카리스마」로 돌변한다.
◇신윤식(하나로통신 사장)
느려터진 인터넷을 걷어치우고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불을 당긴 주역. 기존 인터넷보다 100배 빠른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ADSL을 개발, 인터넷시장의 「혁명」을 가져왔다. 짧은 기간에 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워낙 수요가 폭증하자 제때 설치해주지 못해 원성(?)까지 샀다.
신사장은 제2시내전화회사로 태어난 하나로통신의 사령탑을 맡아 오로지 초고속인터넷 「ADSL」서비스에만 매달려 왔다. 「ADSL 돌풍」은 인터넷시장에 상품개발과 가격경쟁을 낳았고 기술발전을 한 템포 앞당겼다.
◇이재웅(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올해 업계에서 이재웅 사장처럼 무명에서 스타로 발돋음한 사람도 드물다.
지난해 이재웅 사장은 무료 전자우편 서비스 「다음」(당시 한메일넷)을 제공한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다음의 회원수가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재웅 사장의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 베텔스만으로부터 투자 유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로 시작한 광고, 480만명에 이르는 회원, 최근 코스닥 시장의 상종가 행진 등으로 이재웅 사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김진호(골드뱅크 사장)
김진호 사장처럼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한국의 손정의」를 꿈꾸는 벤처기업가라는 극찬도, 인터넷 시장에 거품을 몰고온 장본인이라는 비난도 한데 섞여 있다.
평가야 어떻든, 그가 세운 골드뱅크는 인터넷 기업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게 사실이다. 김진호 사장이 반짝 스타로 전락할 지, 진정한 스타가 될 지는 내년 이후에 달렸다. 가수의 생명은 얼굴이 아니라 가창력에 달려 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
◇김민석(국민회의 국회의원)
「포스닥」이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 주식 시장. 이곳에서 1일 현재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지키는 정치인이 바로 김민석 의원이다. 주가는 1일 현재 17만1,500원.
젊은 나이, 운동권 출신에서 오는 순수함, 청문회장에서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질문들. 지난 10월 아시아위크지가 발표한 아시아의 젊은 정치지도자에 동료 추미애 의원과 함께 뽑힌 것도 그가 보여준 역량 덕분이다. 이제 네티즌들은 그에게 멋진 사이버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강문석(정보통신부 지식정보산업과장)
올해 국내 PC시장은 가격의 거품을 쏙 빼낸 저가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PC값을 100만원 이하로 끌어내린 수훈갑은 정보통신부의 인터넷PC 정책. 그 뒤에는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온 공무원이 있었다. 바로 정통부의 강문석 지식정보산업과장.
그는 15년 정보통신 공무원 생활중 올해를 가장 고생한 해로 기억한다. 그 만큼 보람도 컸다. 일본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공한 정책이었다.
◇염진섭(야후코리아 사장)
많은 사람들이 「연봉 100억원」이라는 모 신문기사로 그를 기억한다. 그는 부인하지만 「인터넷에서 노다지를 캔 전문 경영인」의 대명사다. 그가 만든 야후코리아는 「한국 최고의 인터넷 포털 서비스」다.
염사장은 40이 넘은 자신을 「인터넷의 쉰세대」라고 한다. 야후코리아의 성공은 그 쉰세대의 「헝그리 정신」에서 나왔다.
◇전하진(한글과컴퓨터 사장)
지난 8월 뉴욕타임스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한글과컴퓨터가 부활했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한컴을 되살린 주인공이 바로 전하진 사장. 전 사장은 한컴이 어떻게 해야 되살아날지를 알았고, 기어이 되살려냈다.
전하진 사장은 이제 한컴을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인터넷기업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하늘사랑, 스카이러브, 넷피스 3총사를 앞에 내세우고 인터넷 시장 점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금룡(옥션 사장)
대기업 임원에서 벤처기업가로. 보통 사람이라면, 인생 중년에 선뜻 벤처기업가를 선택할 사람이 흔치 않을 것이다. 그것도 국내 최고의 그룹인 삼성에 몸담고 있다면.
이금룡 사장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삼성물산의 잘 나가던 임원에서 옥션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도박은 지금까지는 성공적. 인터넷 경매몰인 옥션은 현재 국내 인터넷 경매 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짭짤한 인터넷기업으로 손꼽히는 것이 경매몰인 「E베이」. 옥션이 한국의 「E베이」가 될지는 이금룡 사장의 손에 달렸다.
◇안철수(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사장)
지난 4월 한국에 「CIH바이러스 파동」이 일어났을 때 일부 사람들은 『안철수의 시대가 갔다』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았다. CIH바이러스를 적극 홍보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모 백신 업체를 빗대서 나온 말이었다.
그 전망은 정말 성급했다. 여전히 안철수는 백신의 대명사고, 두툼한 몸집처럼 안철수 사장은 지금도 묵묵히 「한국의 컴퓨터바이러스 의사」로 컴퓨터를 지키고 있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아무리 강한 바이러스도 그가 더 빨리 백신을 만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