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27일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룹과의 시너지를 제외한 다른 '목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업영역 확대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가 인수전 참여의 유일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이는 앞으로 인수전이 진행되는 모든 과정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유지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일각에서 나오는 전망 가운데 무엇보다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편입될 경우 지배구조 개선과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짜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고 정 부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현대건설이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곳은 상장사인 글로비스와 비상장사인 현대엠코. 현대엠코가 상장사인 현대건설과 합병될 경우 정 부회장은 25.06%의 현대엠코 지분을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고 이는 지주사로 유력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데 동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수합병(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런 점에서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의 합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현대건설의 편입이 지주사 후보군을 확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지배구조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이해득실과 별도로 현대차그룹이 이번 M&A 시도를 궁극적으로 어느 선까지 진행하느냐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하면 현대중공업 및 KCC 등과 연합해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의 경영권에도 욕심을 낼 수 있어서다. 채권단은 이미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의 분리매각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물론 현대그룹을 통째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현대건설 인수 후 적대적 M&A라는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범현대가가 어떤 교감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