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덩치 커진 비트코인 제도권 들어오나

지구촌 곳곳 77억달러나 풀려… 버냉키 "장래성 있다" 발언에<br>세시간 사이 가치 51% 치솟아<br>"합법적 통화로 인정을" 주장 속 "결국 거품" 회의론도 만만찮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는 상원 국토안보ㆍ정무위원회에 서한을 보냈다. 그는 이 서한에서 "장래성이 있을 수 있다"며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 가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비트코인의 위상이 일반적인 사이버머니를 훨씬 뛰어넘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버냉키 의장의 언급이 알려진 후 비트코인 가격은 일본 거래소인 마운틴곡스에서 단 세 시간 사이 51%나 급등했다.


2009년에 등장한 뒤 갈수록 유통이 확산되고 있는 비트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의회 청문회에서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비트코인이 다른 온라인 결제수단과 마찬가지로 이점과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합법적인 통화수단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비트코인은 이미 온라인상의 가상화폐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세력이 너무 커졌다. 전세계에 풀린 비트코인만도 시가로 77억달러로 추산되며 결제수단으로서의 기능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는 비트코인을 통한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했고 독일은 8월 개인 간 거래에 쓰는 통화로 공식 인정했다. 메리어트호텔ㆍ버거킹 등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지난달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자동화기기(ATM)도 나왔다.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도 비트코인이 통용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ㆍ유럽 중심의 세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지렛대로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비트코인을 제도권 통화수단으로 인정해 관리감독을 받을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톰 카퍼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은 "대중을 보호하면서 혁신과 경제성장을 억제하지 않도록 연방정부 차원의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차이나의 바비 리 최고경영자(CEO)도 "관련 종사자들 모두 정부의 적절한 관리감독 아래 일하기를 바란다"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미 재무부 역시 가상화폐 거래가 적법하게 이뤄지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여전하다. 일반화폐나 금처럼 광범위하게 교환수단으로 사용되거나 가치저장 기능을 갖지 못할 경우 비트코인에 몰리는 관심은 결국 거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기성 자본이 들어와 과열을 부채질할 경우 가격 급등락을 거듭하며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9일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38달러에서 585달러까지 30%나 폭락했다가 다시 750달러까지 오르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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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CEO는 비트코인 제작자들을 중세의 '연금술사'에 비유하며 "당신들은 디지털 방식으로 금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붐을 예로 들며 "이게 통화수단으로 쓰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단지 도박 수단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이달 초 비트코인 관리 사이트가 해킹으로 코인 4,100개를 도둑맞아 보안의 취약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지난달 비트코인을 받고 마약과 총기를 팔던 사이트가 적발됨에 따라 돈세탁이 쉬워 마약거래나 테러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4월부터 거래소 '코빗'이 영업을 시작했지만 이용자 대부분이 국외 사이트 구매, 소액송금, 순수투자 등을 목적으로 해 아직 실생활에 통용되지는 않는다.

◇비트코인=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로 알려진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컴퓨터 사이에서만 오가는 가상화폐. 민간 거래소에서 코인을 달러나 유로 등 기존 화폐로 쉽게 바꿀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복잡한 수학 암호를 PC로 풀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채굴(mining)'이라고 한다. 급격한 팽창을 예방하기 위해 2145년까지 발행량을 2,100만개로 제한한 상태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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