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15일] 한국형 소프트파워를 키우자

'화평굴기(和平崛起)'는 중국이 지난 2003년 채택한 외교노선이다. 군사대국으로서 하드파워(Hard Power)를 드러내지 않고 선의에 기초한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통해 세계 중심에 우뚝 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중국은 막대한 보유외환을 배경으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원조자금을 퍼붓고 있다. 2002년 5,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2007년에는 251억달러로 무려 500배나 폭증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중국적 가치를 전파하고 자원을 선점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대외원조는 세계 13위의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아직 미흡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는 약 8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국민소득 대비 0.09%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원조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다 보니 국제무대에서 우호적 반응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오는 2010년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앞으로 선진국 수준의 권고사항 이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ODA의 기반확충 및 전략적 운용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재원이 한정된 우리나라로서는 ODA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못한 만큼 원조형태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성격의 선진국 무상원조가 국민들의 자립의지를 키우지 못해 빈곤퇴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례를 봐왔다. 원조공여 배경이 다른 우리로서는 선진국들의 원조행태를 답습하기보다는 원조를 받는 국가의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리 국익과도 연결되는 한국형 원조형태가 바람직하다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우리 국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근시안적으로 성과에 연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ODA로부터 얻는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직ㆍ간접적으로 우리나라에 되돌아와 쌓이는 토양 위에서라야 비로소 국익으로 싹틀 수 있을 것이다. 개도국과 꾸준히 파트너십을 쌓다 보면 국제무대에서 그들이 우리 손을 들어주게 되고 그들의 자원개발사업에 우리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원조를 밑거름으로 무에서 유를 일궈낸 지난 반세기의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개발경험을 개도국 원조에 접목한다면 가용재원의 한계 속에서도 사반공배(事半功培)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소프트 파워를 적극적으로 키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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