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남 담양 소쇄원(한국건축의 맥:9)

◎자연미 강조 한국정원의 전형/인위적 조작 최소화 소박하고 편안함 느껴져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인공과 자연관계의 문제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생각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인공적 처리를 자연과 어떻게 관계지웠는가하는 태도가 동서양의 문화를 다르게 만든다. 이러한 차이점은 건축이나 도시와 같은 사람 사는 환경조성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땅위에 집짓고 사는 일이 자연과 인공사이의 관계설정을 떠나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환경문화의 다양한 유형속에서도 정원을 어떻게 만들었는가 하는 것은 인공과 자연의 문제를 더욱 분명하게 노출시킨다. 정원이란 것이 불가피하게 자연적 소재를 인공적으로 처리해야 생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정원은 동양의 정원과 비교해 보았을때 자연상태를 강압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인공적인 경향이 짙다. 중국과 일본 한국의 세나라 정원을 비교해보았을 때에도 인공과 자연의 관계처리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정원이 한국의 정원보다도 인공적 처리정도가 심한 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국사람들이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의 자연주의자일지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상태를 가장 많이 보존 및 활용하고 싶어하고 인공적 가미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어하는 경향을 한국정원에서 읽게 되며 사실 이러한 경향은 정원에서 뿐 아니라 한국문화 전체에 흐르는 경향일 것이다. 이러한 한국정원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사례를 하나 고른다면 전남 광주 가까이에 있는 소쇄원을 들 수 있겠다. 별로 크지 않은 개인 별장식 정원으로서 16세기에 양산보와 그의 아들들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아마도 정원으로 꾸미기 전에는 산기슭에 바위와 물줄기가 있는 평범한 곳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부분적으로 담을 두르고 축대를 쌓고 집터를 닦아 정자를 몇개 세운다음 계곡에 다리를 놓아 정원을 꾸몄다. 중국과 일본의 정원처럼 바위를 옮겨다 쌓고 연못을 크게 파고 화초를 많이 가꾸고 장식해놓는 요란스러움이 전혀 없다. 「있었던 그대로의 자연」이 보존·유지되되 사람에 의한 최소한의 구조물이 첨가돼서 「있었던 자연」이 한층 더 돋보이는 곳이 되었다. 일본의 정원과 같은 화려함도 없고 중국의 정원과 같은 완벽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이곳에는 인공적으로 꾸민 화려함 대신 소박함이 있고 인공적 완벽성대신 천연스러운 편안함이 있다. 소쇄원에서 돋보이는 이러한 정원만들기의 정신은 외국의 유명한 정원들에 비해 전시적인 효과는 떨어질지 몰라도 그 품위와 철학에 있어서는 오히려 격이 높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소쇄원의 정원정신은 정원만들기에 국한되어 적용된 것은 물론 아니다. 소쇄원을 이렇게 만들게 한 마음과 생각이 바로 한국인의 환경정신이기도 하며 또한 한국문화의 정신이기도 하다. 우리시대의 모든 문제는 자연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인위적 조작에만 너무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얻어졌던 결과였었다. 소쇄원이라는 정원은 한국적 정원의 하나로서 소중한 사례이지만 소쇄원을 그렇게 만든 정신적 배경은 더 한층 소중한 시대적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김성우 연세대학교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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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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