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행복 산업단지 만들기


구글ㆍSASㆍ제니퍼소프트….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일하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이라는 점이다. 미국 구글에는 일류 요리사가 전 세계의 음식을 무료로 조리해주는 직원식당 '찰리 카페'가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인 SAS에는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육원이 있다. 다행히도 이런 회사가 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토종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제니퍼소프트는 회사 건물에 수영장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자녀를 회사에 데려올 수 있도록 키즈룸도 갖추고 있다. 이들 기업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창조경제'의 리더라는 점이다. 창조적인 기업은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창조 기업엔 창의적인 환경 필요

이제 우리 산업단지의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꿈의 직장과도 창조경제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산업단지라면 칙칙하고 냄새 나는 공장, 낡은 도로와 그 위에 즐비한 불법 주차, 컨테이너 식당 등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근로자들이 산업단지에서 일하기 꺼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만은 아니다. 직장생활의 질은 물론이요 문화생활과 자기 개발도 중시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창의적인 인재는 고사하고 쓸만한 사람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어떻게 해야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산업단지를 '신명 나는 일터'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인재가 모이고 창조적인 기업이 생겨날 수 있다. 멀리 외국의 성공 사례를 찾아볼 필요 없이 우리에겐 'G밸리'가 있다. '구로공단'으로 잘 알려진 G밸리는 한때 굴뚝 공장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공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테크노빌딩의 숲'이자 '벤처의 요람'으로 변신했다. 정부는 제2, 제3의 G밸리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반월ㆍ시화, 남동, 구미, 익산 등 4개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행복 산업단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장으로만 들어차 있던 산업단지 안에 근로자들의 '일터'와 '삶터'가 함께할 수 있도록 문화ㆍ복지ㆍ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젊은이들이 일과 자기 개발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학과 연구기관도 입주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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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ㆍ시화 산업단지만 보더라도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3D 업종이었던 도금 공장들을 한곳에 모아 '청정표면처리센터'를 짓고 공동폐수처리시설을 설치하면서 쾌적한 일터가 만들어졌다. 워킹맘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어린이집 2곳을 열었고 공동 통근버스가 생겨 근로자들의 출퇴근이 편해졌다. 문화강좌가 열리면서 일이 끝나면 악기 연주법을 배우고 합창단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근로자들이 일하면서도 배움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학 학과도 생겼다.

그러나 아직은 가야 할 길이 제법 멀다. 4개 시범단지에서 전국의 산업단지로 확대해야 하고 시범단지를 거울삼아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 올해에는 우선 10여개 정도의 단지로 확대하고 민간 투자 인센티브를 다양화하는 등의 제도 정비도 함께할 예정이다. 시간과 비용이 적잖이 들겠지만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모두 힘을 합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일과 삶 함께하는 직장 만들어야

전국의 산업단지가 모두 신명 나는 꿈의 일터가 되는 날까지 행복 산업단지 만들기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구글ㆍSASㆍ제니퍼소프트 같은 창조적인 기업을 우리 산업단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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