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조사체계 바꿨지만 채널만 2개 늘어 혼선 심화

기소까지 2년 걸리던 시간 줄여<br>여러개로 나뉜 조사체계는 의문

국내 증권범죄 조사체계는 한마디로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존 국내 증권범죄 조사는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검찰'로 여러 단계를 거친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가 시세조종과 불공정거래 등을 걸러 낸 후 심리부를 거쳐 초벌된 자료를 금감원 조사 1부와 2부에 넘긴다. 이후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놓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재 여부를 따져 최종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한다. 수사기관인 검찰까지 가는 데 3단계를 거쳐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를 마치고 기소 후 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는 보통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내보다 증권범죄를 조사하는 단계가 짧다. 선진국들은 대개 국내의 금융위·금감원이 합쳐진 기관에서 증시범죄 조사를 전담한다. 미국의 경우 불공정거래 등 증시 관련 범죄 조사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담당하고 일본도 금융청 내 증권거래등감시위원회, 프랑스도 금융시장청(AMF)이 맡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영국재정청(FSA)이 증시범죄의 조사 업무뿐 아니라 검찰처럼 기소권한도 가지고 있다. 또 국내는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전 거래소가 1차 심리업무를 보기 때문에 증시범죄에서 거래소의 역할이 큰 구조지만 대부분의 선진국 거래소는 자료나 정보제공 협조를 하는 수준에 그친다.

박근혜 정부는 증시범죄의 조사 단계를 줄이기 위해 검찰·금감원·거래소가 합쳐진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금융위·금감원·거래소가 함께 관련 업무를 보는 자본시장조사단을 만들었다.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합수단은 기소권한이 있는 영국 FSA와 기능이 같고 자본시장조사단은 미국·일본과 같이 국내의 금융위·금감원이 합쳐진 조직이다. 국내 증권범죄 조사체계가 효율을 높이려 여러 선진국의 조직체계를 가져다 쓰면서 오히려 기존 채널에 더해 조사채널 2개가 늘어나며 비효율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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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조사체계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대안이 나왔고 새 정부 들어 새 조사조직이 생기면서 1~2년이 걸리던 조사기간을 단축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여러 개로 나뉜 조사체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될지가 문제"라고 평가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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