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정원개혁ㆍ예산안 일괄 타결 합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전월세 상한제 백지화

의료 교육비 소득공제는 세액공제로 전환 합의<br>대기업 최저한세율 1%P 올려

여야가 30일 정부가 제출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 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은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저항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5%이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0%로 축소하는 법안을 내 많은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돼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는 민주당이 밀어붙였다. 다만 여야는 의료·교육비 소득공제는 정부안대로 세액공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해 이 부분에서는 세금납부가 다소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민주당의 주장대로 부자증세에 초점을 맞춰 가급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는 데 치중했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세표준(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대폭 낮춘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2억원 초과까지는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새누리당은 과세 대상 확대에 동의해주는 대가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 폐지를 얻어냈다. 이로써 다주택자들은 50(2주택자)~60%(3주택자 이상)의 양도세 중과를 완전히 피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대신 전월세가 안정의 핵심 대책으로 꼽아 온 전월세상한제는 이번에는 관철하지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도 국토교통부의 완강한 저항을 고려해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부분적 전월세상한제 빅딜에 대해 미온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국토부는 전월세상한제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컨트롤하려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야당 입장에서는 정부여당이 어차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연장을 추진하는 상황을 고려해 양도세 중과 폐지 반대라는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부자증세 확대라는 실리를 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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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조세협상 창구인 이용섭 의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는 동의하는 대신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1억5,000만원 초과 인하를 관철해냈다"며 "재정적자 확대와 양극화 심화 속에서 부자증세는 하고 서민과 자영업자 증세는 막아냈다"고 자평했다. 이에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인 나성린 의원은 29일 저녁 조세소위를 마친 뒤 "당초 양도세 중과 폐지와 전월세상한제 빅딜에 대해 국토부가 강하게 반대해 이것은 없었던 일로 했다"며 "민주당이 양도세 중과 폐지를 받아주면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1억5,000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2억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었다. 그는 이날 "민주당이 전월세상한제를 안 한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과표 1억5,000만원 초과까지 대폭 낮추기로 함으로써 최고세율을 적용 받는 납세자는 12만4,000여명 늘어나 연 3,200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2억원 초과로 낮췄을 경우에 비해 납세자가 4만6,000여명, 세수증대는 1,500억원이 각각 추가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여야가 이익집단에 휘둘려 최근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 법안을 상당 부분 후퇴시켜 정부의 세입예산안에서 3,000억원가량 줄어든 것을 만회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는 앞서 2011년 말 소득세 최고세율을 당시 35%에서 38%로 올리면서 이 세율을 적용하는 '3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한 데 이어 이번에 2년 만에 과세 대상자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는 내년 6·4지방선거를 겨냥한 여야의 합작품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부자증세'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여야는 또 과표구간 1,000억원 이상의 대기업 최저한세율(비과세·감면 등을 받고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을 16%에서 1%포인트 높이기로 해 여기서도 연 2,930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점쳐진다. 대기업 최저한세율도 지난해 말 14%에서 16%로 2%포인트 인상된 데 이어 1년 만에 또다시 인상된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은 공제혜택도 줄여 실효세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 의원은 "조금이라도 세수를 늘려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려면 부자증세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에 대해서는 치열한 국제경쟁 환경을 고려해 직접적인 법인세율 인상보다는 실효적으로 세금을 더 거두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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