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은행장이 올들어 '국내 유일 토종은행'을 기치로 내세우며 시장공략에 들어간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이 이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토종은행 논란은 우리은행과 하나금융그룹간의 정면대결 양상의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계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토종은행론 비판'이란 내부 보고서에서 "황 행장의 토종은행론은 '홍보를 위한 쇼(Publicitystunt)'로 치부하기에는 도가 지나쳐 이성적 답변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하나연구소는 "혹세무민식 퇴행적 감성을 자극, 금융산업의 시장질서와 규율을 교란할 징후가 있고 개별은행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민경제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하나연구소는 '한국인 경영-국내지분 과반수 이상'이란 황 행장의 토종은행 개념과 관련, "지분 50%가 기준이 되는 이유가 경영권 행사주체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면 결국 토종은행 기준은 경영권과 경영진의 국적 여부가 돼야 한다"며 "금감원분류도 외국지분이 절반을 넘어도 경영권이 내국인에 있으면 내국계 은행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비(非) 토종은행과 거래하면 수수료중 외국지분만큼 외국으로 유출된다는 황행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영업수익 대부분은 종업원 임금 등 영업비용으로 충당되고10%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남는 데, 이것도 재투자를 위한 사내유보 후에 주주에게배당되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수익의 외국유출이 우려된다면 우리은행은 왜 외국지분 11.5%를 줄이려는노력을 하지 않았느냐"며 "매각예정인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제외한 실제 유통주식만으로 계산할 경우 우리은행의 외국지분은 52.2%로 준 외국기업"이라고 주장했다.
하나연구소는 또 "자본의 국적논쟁은 근본적으로 개방화 자체에 대한 논쟁으로이어질 수 있는 파장을 지닌 것으로, 정교한 정책설계에 의해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성과 비판은 제기할 수 있으나 개방화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우리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이처럼 토종은행론에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은 외환은행 인수전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체자금력이 부족해 외국에서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하나금융그룹으로서는 토종은행론이 힘을 얻을 경우 자칫 불리한 여건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인 경영자가 CEO를 맡고 있는 은행중 국민은행은 외국지분이 86.01%,하나금융지주는 72.70%, 신한은행 및 조흥은행이 속한 신한금융지주는 60.06%에 이른다.
한편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이날 종로 영풍빌딩에서 열린 우리프라이빗에 퀴티 출범식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토종은행론 비판에 대해) 단번에 반박할 수 있지만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해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