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기청의 욕심
이상훈 기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말이 있다.
흔히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려고 할 때 즐겨 인용하는 속담이다.
최근 중소기업청만큼 이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곳도 없을 것 같다. 모태펀드와 관련해 새로운 투자관리기구를 설립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중기청 말대로 “투자관리 업무를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중기청이 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다는 의혹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 민간 전문가는 “창투조합 투자규모를 결정하던 종전의 중기청 역할이 모태조합운용위라는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로 넘어가면서 모태펀드와의 ‘연줄’이 끊어진 상태라 어떻게든 투자관리기구에 관여하고 싶을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별도 기구를 두려면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독립적이고 공정한 투자관리 업무를 위해서’라는 이유는 너무 포괄적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8년 동안 해온 업무를 넘기는 것과 관련된 설명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중진공의 관리업무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조목조목 따지지 못한다면 상급기관으로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모태펀드는 ‘새 술’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 1조원 중 겨우 1,200억원만이 확보됐고 6,000억원은 기존 투자자금을 회수해 메워야 한다. 회수기간이 앞으로 8~9년이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관리기구를 만들 경우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문제가 불거지면 모태펀드는 재원 부족으로 근간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나랏돈으로 시행착오를 저지르면 안된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중기청에 대한 주위의 눈길이 그리 곱지 않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는 벤처기업협회ㆍ벤처캐피탈협회 등 산하단체에 중기청 인사를 보내는 것조차 입에 오르내린다. 중기청이 곧 발표할 투자관리기구 설립방안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shlee@sed.co.kr
입력시간 : 2005-03-29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