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1조5000억 유로 '슈퍼 기금' 뜨나

EU, EFSF·ESM·IMF 묶어 7월 중 조성 추진<br>출범땐 실탄 3배로 늘어 재정위기 해소 가능<br>獨 거센 반발 등에 실제 탄생 여부는 불투명



유럽이 재정위기의 불씨를 일거에 잠재워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특단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실업률이 10.4%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2년 가까이 끌어온 재정위기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지 않을 경우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독일어판은 유럽연합(EU)이 이르면 오는 7월 중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ㆍ국제통화기금(IMF)을 한데 묶어 총 1조5,000억유로 규모의 일명 '슈퍼' 유로안정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7월1일 출범하는 ESM의 가용기금 상한이 5,000억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하는 실탄이 세 배로 불어나는 셈이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프랑수와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은 별도 회동을 갖고 슈퍼 기금 발족을 논의했다. 그동안 IMF와 미국은 ESM을 확충해 '방화벽'을 더 높게 쌓아야 한다고 강조해왔고 프랑스 역시 공격적 대응을 내심 선호했기 때문에 이 자리는 지출확대에 반대하는 독일을 나머지 3명이 설득하는 자리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슈퍼 기금의 핵심은 올해 ESM으로 대체돼 사라질 예정이었던 EFSF를 그대로 살려 ESM과 동시에 운영하면서 기금상한을 1조유로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2,500억유로 선인 EFSF의 가용자금을 5,000억유로까지 늘리면 5,000억유로의 ESM과 합쳐 1조유로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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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IMF가 마련한 5,000억유로를 더하면 그리스나 포르투갈은 물론 잠재적 위기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급변사태까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게 라가르드 총재의 구상이다. 또한 슈퍼 기금이 일단 출범하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돼 국채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 해소에도 메가톤급 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슈퍼 기금이 실제로 탄생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ESM과 EFSF를 동시에 운용하자는 제안에 대한 독일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EFSF의 경우 유럽 각국이 일정 비율로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인데 기금 규모를 키우면 그만큼 잠재적 부채가 커지는 셈이어서 각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체 EFSF에 대한 독일의 보증규모는 30%에 육박해 유로존 국가 가운데 가장 크다.

더구나 ESM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채권발행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독일로서는 기금확대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구조다.

IMF가 5,000억유로를 댈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지난해 말 영국을 제외한 EU 국가들은 양자대출로 IMF에 1,500억유로를 출자하기로 합의했지만 나머지 3,500억유로는 미국ㆍ중국ㆍ일본ㆍ브라질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대선을 앞둔 미국은 이러한 지출에 난색을 표해 이달 말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3일 중국을 방문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에 IMF 기금출자 및 EFSF 투자확대 등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ESM과 EFSF 동시 운용에 대해 입장변화를 나타낼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유럽 위기가 메르켈 총리 방중(訪中)의 최대 안건"이라며 "세계 최대 현금 보유국인 중국이 유럽에 어떤 당근을 내놓을지가 위기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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