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구책불구 금융권서 압박”분통/「태일정밀」 부도유예적용 이후…

◎“차입금 상환 하루씩 연장… 버틸 기업 어딨나”지난 83년 설립이후 우리나라 컴퓨터 부품의 역사를 새로 써온 태일정밀은 15일 하오 늦게 부도유예협약 적용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혹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하오까지도 화의신청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태일정밀측은 부도유예협약대상기업으로 지정되자 언론보도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채권단에 제출할 자구계획서 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의나 법정관리등의 문제는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강환 태일정밀사장은 16일에도 회사외부에서 은행관계자들과 만나 앞으로의 대책을 숙의하는등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자리를 비웠다. 그동안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이회사로서는 이번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 지정이 그만큼 충격적이 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태일정밀의 역사는 그동안 기록의 연속이었다. 창립 2년만에 세계두번째로 하드디스크용 자성 박막디스크를 개발해냈고, 5년만에 기업공개에 성공했다.특히 컴퓨터용헤드는 세계시장의 10%이상을 점유,미국의 AMC, 일본의 TDK와 함께 세계 빅3를 형성하고 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태일정밀그룹은 2천년까지 헤드분야 세계1위 업체로 도약하고 세계적인 일류 정보통신기기메이커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중국에 대규모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등 의욕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왔다. 최근에는 리튬이온 2차전지와 10배속 CD롬드라이브개발에 성공하는등 연구 개발분야에서 경쟁 업체보다 한걸음 앞서왔다. 하지만 비제조업분야에 손을 대면서 태일정밀그룹은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게됐다. 수원시외버스터미널과 대전 동물원건설,청주민방참여,대구종금인수등 이른바 4대 비제조업 진출이 부도위기로 몰아갔다는 분석이다. 태일정밀측도 이같은 비제조업진출이 화를 자초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종금사들이 취해온 태도에도 상당한 불만을 터트렸다. 이회사 관계자는 『지난 7월 자금압박설이후 4대 비제조업 매각등 자구계획을 발표했지만 종금사들이 차입금상환을 하루하루씩 연장하면서 압박을 가해왔다』고 밝히고 『열흘에 10%의 이자를 물으면서 버텨낼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태일정밀의 부도유예협약지정이후에도 국내 컴퓨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일정밀의 사업이 내수보다는 해외에 치중돼있는데다 플로피디스크,CD롬드라이브등이 공급과잉상태여서 컴퓨터업계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성장가도를 달리던 유망 기업이 벤처기업 최초로 부도유예협약적용대상기업이 됐다는 심리적 충격은클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이와함께 태일의 부도유예협약적용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거품현상도 어느정도 가라앉게 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훈·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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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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