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체불임금에 가정파탄…우울한 추석

7월말 3,350억원…신용불량자로 전락

체불임금에 가정파탄…우울한 추석 7월말 3,350억원…신용불량자로 전락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체불임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석을 앞두고 장기간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걱정이 커지는 것은 물론 심각한 생계곤란까지 겪고 있다. 노동부를 비롯한 각 지역 노동관서와 지자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체불청산 기동반'을 투입하고 도산사업장 퇴직 근로자의 임금을 국가에서 대신 지급하는 체당금지급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체불임금 해소 대책을 마련, 적극 시행하고 있다. ◇"체불임금으로 가정 파탄" "하루 하루 사는 것이 지옥같습니다" 한때 건실한 중소기업에서 경리과장으로 근무하던 P(39.수원)씨는 요즘 일당 2만5천원의 공사장 인부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번 돈으로 혼자 아홉살 세 쌍둥이 자녀들과 하루하루를 어렵게 생활하고있는 P씨는 최근 또다시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신용불량자에 올라 있는 P씨에게 모 은행이 이 돈조차도 압류하겠다는 소식을전한 것이다. P씨가 이렇게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지난해 4월까지 근무하던 수원 모 기업체로부터 장기간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중견기업 경리과장 자리를 버리고 지난 2002년 12월 수원 모 생산업체에 입사했으나 회사는 3개월 뒤부터 부장으로 근무하던 P씨는 물론 12명 직원 대부분에게 월급을 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P씨는 재직기간 자신 명의로 만든 신용카드로 회사 경비를 충당했다. 결국 P씨는 회사가 카드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으며 올 3월까지임금 2천200여만원을 받지 못한채 퇴사했다. P씨는 체불임금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은행대출로 가정생활을 꾸려오면서 빚만늘어나 지금은 어렵게 마련한 집까지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었고 가정불화로 아내와이혼까지 했다. "학교갔다 오면 고아나 다름없이 생활하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하는 P씨는 "하루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체불임금은 고사하고 신용불량자 신세만 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와 각 지방 노동사무소 홈페이지 등에는 P씨와 같은고충을 토로하는 민원인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체불임금 실태 노동부는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종업원 5인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3천350억원, 미청산액은 1천1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발생액은 87억원 증가했지만 미청산액은 153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지역 노동사무소 등에 따르면 전국 많은 지역에서 체불임금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말 현재 경기.인천지역의 체불임금 총액은 714억여원(1천131개 업체,근로자 1만9천3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9억여원(934개 업체, 근로자 1만4천530명)에 비해 45.8% 증가했다. 강원지역의 채불임금도 57억여원(604개 업체, 근로자 2천50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48억여원(598개 업체, 근로자 1천955명)보다 18.7% 늘어났다. 또 울산지역 체불임금도 27억8천여만원(58개 업체, 근로자 834명)으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억1천여만원보다 129.5% 급증했으며 대전과 충.남북지역도 98%,대구.경북지역도 57억원이 줄어드는 등 18% 감소했다. 일시적 자금난에 따른 단기적인 체불발생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 체불임금은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부도와 폐업 등으로 이어지는 악성 체불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도산기업 퇴직근로자의 체불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원하는 체당금의 확대지급 등으로 부산지역 올 체불임금은 지난해보다 48.5%, 광주.전남지역은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종업원 5인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체불임금을조사했으나 올해부터는 1인 이상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기 때문에 전체 체임 규모가 크게 늘어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체불임금 실태에 대해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체불임금 상담실 관계자는 "상담건수를 보거나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요즘 임금체불이 외환위기때보다 오히려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체불임금 증가 원인 체불임금 증가에 대해 각 노동사무소나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속되고 있는 경기불황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소규모 건설현장에서의 체불임금 발생이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내수시장 침체 등으로 대기업 및 중소기업보다는 식당 등 영세사업장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많은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울산지역의 경우 58개 임금체불업체 모두 영세업체이며 체불임금 총액도 3천만원을 넘는 업체가 7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원인외에 노동단체들은 "일부 비도덕적인 사업주들이 임시 직원이나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한 뒤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관 대책 노동부는 최근 체불임금 통계를 발표하면서 추석을 맞아 체불임금 청산 기동반을 편성, 체불임금을 추석전까지 지급하도록 지도하고 고의.상습 체불임금 사업주는구속 수사하는 등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시적인 자금 압박 등의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업장에는근로자 1인당 500만원씩 모두 20억원까지 생계비를 대출해 주기로 했다. 각 지방노동청과 노동사무소 등도 부도.폐업 등으로 체불임금 청산이 어려운 경우 사업주 재산에 대한 가압류 등 민사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추석전에 가능한 체당금이 지급되도록 심사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지자체들도 "체불임금과 관련 지자체가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서 법률구조공단과 연계, 임금을 제때 못받고 있는 근로자들에 대한무료 법률상담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추석을 앞두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지원을확대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의 각종 대책 마련 및 시행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체불임금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악덕 체불사업주에 대해 벌금형이 아닌 구속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입력시간 : 2004-09-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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