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바뀐다] R&D 시너지효과 극대화 새바람

R&D 시너지효과 극대화 새바람 다국적 기업간 인수·합병등 제약시장 급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약 연구개발이 국내 제약관련 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 환경은 바이오혁명 가속화, 의약품시장 개방, 거대 다국적 제약기업간 인수ㆍ합병(M&A)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수많은 신약과 뛰어난 자금력ㆍ마케팅력을 가진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지사 등을 통해 직접 국내시장 공략에 나섬에 따라 외국 오리지널 약을 라이선싱하거나, 값싼 카피 약을 만들어 '약 장사'하던 업체들은 머잖아 발 붙일 곳이 없게 될 전망이다. 더구나 정부가 최근 보험약가를 잇달아 인하, 적잖은 제약사들의 내년 경영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리딩 업체들도 연구개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의 대학ㆍ벤처기업 등과 협력해 똘똘한 신약 만들기에 나서는가 하면, 자체 해외 연구소ㆍ자회사를 거점으로 글로벌 연구개발ㆍ마케팅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최근까지도 '가뭄에 콩 나듯'하는 자체 개발 신약후보물질에 대해 전임상시험을 마친 뒤 다국적 제약사에 넘기는 형태의 제휴에 머물러 왔다. SK㈜는 미국 뉴저지 의약개발연구소, 대덕 R&D센터와 최근 설립한 중국 상하이 신약개발연구소(生物醫藥科技有限公司)를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등의 연구개발 시너지 극대화에 힘쓰고 있다. 상하이시와 공동으로 생명과학 분야에 투자할 바이오펀드도 조성(3년간 120만 달러), 중국의 전통적 의술과 의약기술을 상품화해 중국ㆍ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마케팅한다는 전략이다. CJ 제약사업본부는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충하기 위해 유럽의 약물전달시스템(DDS) 전문기업인 옥토플러스 외 10여개 선진 연구기관에 기존 치료제의 문제점을 개선한 신제형 의약품 등에 대한 공동ㆍ위탁연구를 시행 중이다. CJ는 미국에 설립한 마케팅회사(CJ파마)를 중심으로 다국적 제약회사나 선진 벤처기업이 개발ㆍ판매하고 있는 품목을 서브 라이선싱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ㆍ중남미 시장은 물론 북미ㆍ유럽 등 선진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분야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미국 진로직과 제휴,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암ㆍ간암ㆍ췌장암 세포에서 암환자에게서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128개 유전자를 발굴했다. 특히 진로직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3가지 암 발현과 관련된 유전자 DB를 구축하고 ▲유방암ㆍ대장암ㆍ전립선암ㆍ신장암ㆍ폐암ㆍ자궁암 등을 포함한 13종의 인체 암 관련 유전자 수 천개의 리스트 ▲여러 종의 암세포에서 공통적으로 발현변화를 보이는 유전자 리스트를 확보해 암 진단 DNA칩ㆍ시약과 항암제 개발에 나설 인프라를 갖췄다. 현대약품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과 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의 바이오 연구팀이 설립한 바이오벤처 파마링크스(PharmaLinks)와 비만치료제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앞으로 2년간 100만 파운드(약 19억원)를 투자해 파마링크스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선도물질(lead compounds)의 작용 메커니즘을 밝히고 신약 후보물질(candidate compound)로 발전시키는 한편, 대량합성 공정을 개발할 방침이다. 이태하 현대약품 부사장은 "신물질 개발에서 임상시험에 이르는 연구개발 인프라가 취약한 상황에서 해외 바이오벤처가 개발한 신물질의 상품화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판권을 확보하는 전략은 국내 제약회사가 국제경쟁력 있는 신약을 조기에 확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진국에 뻗어 있는 한인(韓人) 과학자를 중심으로 잘 발달된 현지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SK㈜가 지난 1993년 영입한 최용문 상무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국립암연구소(NCI), 유수 대학과의 공동연구 네트워크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ㆍ생활용품 업체 존슨&존슨의 계열사에 라이선싱한 간질치료제 후보물질도 NIH와 공동개발한 것. 최 상무는 현재 바이오팜사업부를 이끌며 한ㆍ미ㆍ중 3각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총괄하고 있다. 부광약품 계열 바이오벤처 안트로젠이 미국 하버드의대 베스이스라엘병원(BIDMC)이 갖고 있던 심장근육세포 분화촉진 유전자에 대한 특허의 전세계 전용실시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한인 네트워크 덕분. 하버드의대 연구원 시절 이 유전자를 발견한 이익환 박사(현 안트로젠 보스턴연구소장)가 있었기에 한국 기업에 특허이전을 꺼리던 하버드의대측과 특허 전용실시권 이전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안트로젠의 이성구 사장은 "신약 연구개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미국에 연구소가 있어야 최근 정보를 신속하게 접하고, 현지 우수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며 "최근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괜찮은 기술을 가진 미국의 바이오벤처들도 자금난에 시달리는 경우 많아 국내 업체들도 잘만 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들 벤처의 기술을 사거나 라이선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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