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역외조세회피 제대로 막으려면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최근 해외펀드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이용해 국내 부동산을 매각한 후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한 국내과세권 행사의 적법여부를 다투는 소송의 판결이 나왔다. 요약하면 특수목적법인은 실질적 사업활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세금회피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이므로 그 법인격을 부인하고 실질적인 귀속주체인 해외펀드에 양도소득상당의 법인세부과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미국 역시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역외조세회피가 사회적 논란거리다. 예를 들어 미국인터넷회사의 경우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가 서버와 모든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게 한다.

깜깜이 해외금융거래로 과세 어려워


그리고 전세계에서 법인세부담이 가장 적은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해 이 회사이름으로 모든 매출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 매출 중 거의 전부를 조세피난처에 있는 모회사에 지식재산권의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다. 이런 투자기법을 통해 거의 10조원에 해당하는 미국세금이 회피됐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이 역외조세회피는 그 규모와 정도가 상당하다. 어쩌면 그 심각성의 정도가 과거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다. 그 당시 금융기법의 왜곡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리스크 관리가 되지 못해 마침내 금융체계가 붕괴하고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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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역외조세회피가 만연된 이유는 해외금융거래의 불투명성에 있었다. 일부 국가의 금융비밀주의와 조세피난처의 금융 및 조세의 비밀주의 등에 의해 해외거래 특히 특수목적회사의 실체에 대한 증빙자료의 확보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금융 및 조세의 불투명 내지 비밀주의로 말미암아 특수목적회사가 사업활동에 필요한 실체인지 아니면 단지 조세회피 목적인 명목회사인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따라서 과세당국으로서는 특수목적회사가 유령회사라는 점을 밝혀 그 법인격을 부인하고 실제 소득귀속자에게 과세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러한 입증작업이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악용해 특수목적회사에 의한 다단계 투자기법이 발달했으며 이를 통해 역외조세회피가 만연하게 됐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적인 재정위기에 직면해 각국 정부는 재정수입원을 찾는 과정에서 그간 사각지대에 있었던 역외자산에 대한 과세권행사를 적극 고려하게 된 것이다. 즉 과거에 역외자산은 각국의 과세권이 상호 충돌돼 자제됐지만 이제는 각국이 공조하면서 조세피난처 등에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과세규정 세분화등 법 정비 서둘러야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역외거래는 사법권이나 과세권의 사각지대가 아니다. 과거에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도피가 만연한 적이 있었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해외도피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중지하는 국내법이 개정되고 나아가 각국과 범죄인도협정이 체결됐다. 이와 같이 역외조세회피의 경우도 이를 발본색원하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국내법상 불명확한 거주자 등 개념을 명확하게 정비하고 나아가 각국과 금융정보 및 조세정보를 공유하는 협약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실질과세의 원칙을 규정한 포괄규정을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이를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 그리고 역외거래에 대한 자문역할을 하는 전문가에까지 혐의거래에 대한 보고의무대상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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