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표준경쟁에서 뒤지지 말아야

내년부터는 차세대 저장매체인 DVD 시장에도 변화의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3년 이상 표준규격을 놓고 싸움을 계속하던 일본의 소니와 도시바 양사가 제3의 규격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소니 진영의 블루-레이 제품이 최대 50GB의 기록용량을 자랑하는 반면 도시바 진영의 HD DVD는 저장능력에서는 다소 뒤지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투자비용이 강점이다. 아직 두께 등 단일 규격에 대한 기술적 개발과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새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가 DVD 시장의 표준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과거 80년대 VCR 표준전쟁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전자업계는 TV방송을 녹화하고 영화 등을 재생하는 VCR의 방식을 놓고 소니의 베타 방식과 마쓰시타의 VHS 방식이 치열한 표준경쟁을 벌였었다. 그러나 성능이 다소 뒤졌지만 협력업체를 많이 끌어낸 VHS 방식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아 승리함으로써 마쓰시타를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DVD 시장은 재생매체와 저장매체 등을 통틀어 전세계적으로 20조원이나 된다. 더구나 이 시장은 대부분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들이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아직까지 소니 진영의 블루-레이에 치중해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제3의 표준규격을 논의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도시바의 HD DVD에 기운다면 우리 기업들로서는 세계시장 진출에 적지않은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더욱이 양산체제로 돌입했을 때 대만 기업들의 추격도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다퉈 온 두 규격 사이에 엄청난 기술적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 대량생산체계로 전환한 것도 아닌 만큼 국내 기업들로서는 규격의 단일화에서 파생되는 세계시장 확대의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규격 표준에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인 경제현실을 감안한다면 표준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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