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권가 '낙하산 부대' 득실

경험·지식없는 정치인·전직관료 줄줄이-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식시장의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별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앞으로 업무를 파악한 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주식과 선물시장에 대해서는 아는 것은 있습니까. ▲개념 정도는 파악하고 있지만 자세한 사항은 잘 모릅니다.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 증권관련업무를 해본 적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동안 공직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국세심판소에서 자리를 옮긴 증권거래소 부이사장보와의 통화내용이다. 이처럼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는 증권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증권과도 무관한 정치인이나 전직 관료들이 대거 기관장 또는 임원으로 낙하하고 있다. 증권계에서 실무를 익힌 적이 없고 정부나 정치권에서 밀려난 퇴직인사들이 기관장으로 오다 보니 증권시장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주식시장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정부나 정치권인사가 기관장을 하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보다는 재정경제부 등 윗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관치(官治)'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이후 증권유관기관장이나 고위 임원으로 내려온 낙하산 인사는 모두 5명. 4월 취임한 증권전산 사장은 자민련 제2정책연구실장을 지냈고 증권예탁원 사장은 금융감독원 감사를 하다 내려왔다.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상근감사 역시 증권과는 전혀 무관한 총리실 경제조정관과 자민련 제2사무 부총장을 지내다 자리바꿈을 했다. '없는 자리'를 만들어 재경부나 금감원 출신 인사들을 모시는 증권기관들도 생기고 있다. 재경부나 금감원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람막이가 필요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영입된 인사들에게 맡겨진 업무는 별로 크지 않다. 이들은 기관홍보나 관리부문을 맡고 있지만 비상시(?)가 아니라면 역할은 거의 없다. 투자자들이 낸 수수료 등으로 살림을 하고 있는 이들 증권기관들의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꼴이다. 무늬만 주식회사인 코스닥증권시장에도 낙하산 인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코스닥증권시장 전무에 금융감독위원회 이사관 출신이 내려왔다. 지금 사장도 재무부 출신으로 현직에 있기 전까지는 전혀 코스닥시장과 무관한 사람이다. 오늘의 코스닥시장을 일궈온 증권업협회 옛 장외시장팀의 한 관계자는 "요즘 유명무실해진 제3시장처럼 당시 장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백방으로 재무부를 찾아다닐 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 벤처기업붐으로 코스닥시장이 잘될 것 싶으니까 재경부가 낙하산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공무원 낙하산 인사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강정호 코스닥증권 사장, 이인원 선물거래소 이사장은 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 출신이고 정의동 코스닥위원장, 신호주 증권업협회 부회장, 양만기 투자신탁협회장은 옛 재무부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99년 이후 공무원에서 유관기관 혹은 코스닥시장 관리업무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올해로 증권기관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는 A모씨는 "증권유관기관의 임원으로 올려면 적어도 증권에 관한 업무를 다룬 경험이 있는 사람이 와야 되는 게 아니냐"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증권에는 관심이 없고 임기만 채우면 그만이지 하는 낙하산인사들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한동수기자 ◆증권 유관 기관장 및 임원의 경력 성명 현재 직책 최종 직책 정의동 코스닥위원장 재무부 국고국장 강정호 코스닥증권사장 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 박환균 코스닥증권 전무 금융감독위원회 이사관 맹정주 증권금융 사장 총리실 경제조정관 정원조 증권금융 상근감사 자민련 제2사무부총장 허노중 증권전산사장 자민련 제2정책연구실장 노훈건 증권예탁원사장 금융감독원 감사 양만기 투신협회장 수출입은행장 이인원 선물거래소이사장 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 이맹기 증권거래소부이사장보 국세심판원 조사관(3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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