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출 용도벽 허물어 '금융혁신'

■ 기은, 건설업체에 시설자금 대출"기존상품 한계 틈새시장서 대출고객 확보" 건설업체들에 대해 시설자금 대출이 허용된 것은 지금까지 몇 십년 동안 묶여 있던 시설자금대출 용도 제한이 폐지된다는데 점에서 금융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장기간 저리로 나가는 시설자금대출은 공장신축이나 기계구입 등에 따른 자금수요자가 직접 이용해야만 가능했었다. 업종에서도 제조업과 정보통신 등 일부 산업으로 한정돼있다. 이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돈을 빌려주는 은행입장에서도 차주가 분명한 시설을 갖고 있어야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일정 수준의 가치를 갖는 시설이 바로 담보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반해 건설업체들은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데다 분양에 실패할 경우 그 자체로 아무 가치가 없기에 이들 건설업체들의 공사는 마치 제조업체들이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과 동일시돼 왔었다. 따라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줄 때도 시설자금이 아닌 운영자금으로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 건설업체 시설자금 대출배경 우선 금융시장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금융시장은 이제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으로 바뀌고 있다. 다시 말해 돈을 꾸는 사람이 '상전'이 됐다는 얘기다. 특히 대출시장은 금융회사들이 고객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이 건설업체에 대한 대출을 운영자금에 국한하지 않고 시설자금으로 규정해 확대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기업은행 담당자는 "최근 모든 은행이 중소기업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상품의 변형만을 갖고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설자금 대출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는 아파트형 공장이나 리빙텔ㆍ오피스텔 등의 건축붐도 이들 업체에 대한 시설자금 대출을 가능케 했다. 공사시작 전에 미리 분양되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이들 공장과 오피스텔 등은 공사를 마무리한 후 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공사에 따른 자금을 조달하기가 막막했다. 기업은행은 바로 이런 틈새를 노린 것이다. ▶ 건설업체 시설자금 대출 어떻게 받나 지금까지 건설업체들은 각 회사의 자금 회전율에 따라 최장 1년 이내에서 자금을 대출 받았다. 그러다 보니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랐다. 또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매출액이나 부채비율 등을 감안한 운전소요자금 범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1년에 몇건씩 공사가 있는 업체들의 경우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다. 반면 이들 업체들에 대한 시설자금 대출이 이뤄질 경우 먼저 대출기간이 3년(1년 연장 가능)으로 늘어나 건설업체들은 공사를 마무리한 후 분양대금으로 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또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일반 시설자금대출과 마찬가지로 공사에 들어가는 자금의 80%까지 가능해 업체들의 자금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주로 중소건설업체들에 나가게 되는 이번 시설자금대출은 일반 아파트, 공장형 아파트, 오피스텔 등 건설업체들이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공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시설자금 대출로 건설업체들의 자금조달이 한결 수월해짐에 따라 공장이나 오피스텔 등의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제는 없을까 건설업의 경우 중소형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어 자칫 이들에 대한 시설자금 대출이 공생이 아닌 공멸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시설자금 대출의 경우 대출금액이 커 여신 사후관리의 중요성이 큰 반면 장기간대출이란 점 때문에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며 "특히 건설업체들의 경우 신용평가가 힘들어 여신심사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새로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처음에는 어느 정도 신용이 우수한 업체를 주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며 "중소업체들에 대한 데이터가 많고 이들 업체들에 대한 심사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사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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