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올 하반기 기점 경기 하강 내년 '大選경제' 암울"

고유가·환율하락 등 영향 내년 5%성장도 어려울듯<br>'대선 성장률' 높이기 위해 인위적 부양책 동원 우려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 성장률도 5%를 달성하기 힘들어 이른바 ‘대선(大選) 경제’까지 암울할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 내부에서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신용카드 규제 완화 등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쳤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3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유가급등과 환율하락 등 거시경제 요인들이 불안하게 진행되면서 내부적으로 올해 연평균 거시지표의 수준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ㆍ달러 환율의 경우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세우면서 달러당 1,010원으로 봤지만 지난 1ㆍ4분기 평균 환율이 977원에 그친 데 이어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연평균으로는 기껏해야 960원선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도 당초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54달러를 가정했지만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연평균 60달러 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가장 비싼 가격이 이미 80달러선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세우면서 민간소비와 투자 등 세부 변수들에 대한 전망치는 일부 조정될 것”이라며 “다만 전체 성장률은 5%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처럼 올해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 이상에서 그런대로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내년 경기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작 문제는 올 하반기가 아니라 내년 성장률”이라면서 “이대로 갈 경우 5%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 2ㆍ4분기 이후 연말까지 전기 대비 성장률이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내년에 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분기별로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1.3% 이상으로 튀어야 하는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소비도 해외 부분의 소비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체감경기도 쉽사리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 4%선이었던 해외소비 증가율이 올 1ㆍ4분기에는 20%대까지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민간소비)의 비중은 점점 균형점을 찾아가겠지만 국내 소비는 주춤한 반면 해외 소비만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에도 체감경기가 급격하게 좋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전문가들의 예측도 비슷하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 사이클이 1~2년 단위로 짧아졌다”면서 “지난해가 냉탕 사이클이었다면 올해는 온탕 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내년에는 냉탕 사이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하반기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올 하반기 성장률을 경기 부양적인 정책 도구를 덜 쓰는 방법 등을 통해 다소 낮추거나 2002년 선거를 앞두고 나타났던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이 내년에 다시 한번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2002년 대선이 있던 해에 우리나라 경제는 신용카드 버블과 부동산시장 활황 등으로 분기별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1ㆍ4분기 6.5%, 2ㆍ4분기 7.0%, 3ㆍ4분기 6.8%, 4ㆍ4분기 7.5% 등을 각각 기록했으며 과도한 성장으로 이듬해 1ㆍ4분기에는 3.8%(전분기 대비 -0.27%)로 추락했었다.
선거때만 되면 경제 요동
최근10년간 유권자 투표성향 경제상황에 민감한 반응보여

선거 때만 되면 경제가 요동친다. 특히 나라 전체의 권력이 송두리째 바뀌는 대통령 선거의 경우 더욱 심하다. 우리나라의 역대 선거 결과는 지역대결 등 비경제적인 요인에 좌우돼왔던 것도 사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추이를 보면 유권자들이 경제상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외환위기 당시 실시됐던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후보의 당선에는 경제위기를 초래한 집권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경제가 선거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 것이다. 때문일까. 5년 뒤 실시된 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권 여당은 대대적인 경기 띄우기를 시도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독(毒)은 신용카드와 부동산 버블을 촉발시켰고 이는 참여정부 초반 국정 운영에 심각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장기 조세 개혁 등 인기 없는 경제 정책들이 5ㆍ31 지방선거 이후로 대거 미뤄진 것도 사실 선거와 경기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치적 경기순환 사이클(폴리티컬 비즈니스 사이클)'이라는 이름이 나올 정도로 경기순환 모형과 대선주기가 일치한다. 선진국일수록 경제상황이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경우 미국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물가가 두자릿수에 이르면서 재선에 실패했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같은 사례였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재선제로 돼 있는 미국의 경우 재선을 위한 선거가 있을 때는 항상 경기를 부추기곤 한다"며 "우리나라도 국민들이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선거와 경기 사이클간의 밀접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없다"고 누누이 외쳤던 참여정부가 끝까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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