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박진 의원의 '물 폭탄주'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물 폭탄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제조법은 간단하다. 그냥 물을 가득 담은 맥주잔에 빈 소주잔 하나를 집어넣으면 된다. 박 의원은 웃으면서 “투명한 정치를 상징하는 것 같아 좋다. 앞으로도 종종 써먹겠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이 술도 아닌 ‘물 폭탄주’를 마시게 된 것은 폭탄주를 먹지 않겠다는 그의 지난해 약속 때문이다. 옆 사람이 아무리 권해도 어림없다. 여기서 나온 비책이 ‘물 폭탄주’요, 그의 고집이 만들어낸 신기술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원칙은 지키고 주변의 권유를 피해가는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지난해 서울시장 경선에 공식적으로 뛰어들었다. 박 의원은 매우 간결한 경선 전략을 고집한다. 시내를 돌며 시민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 심지어 그는 기자들에게도 ‘서울시민으로서’ 필요한 부분이 뭔지 묻고는 한다. “무조건 발로 뛰겠다”는 그의 말처럼 소위 ‘지상전’ 일변도의 전략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항상 표밭 위에서 폭격할 수 있는 ‘공중전’이 중요하다. 표밭을 함께 공략해줄 수 있는 동지도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당내 대권 후보들과의 연줄이 중요한 변수다. 박 의원은 당내 특별한 조직이 없다. 또 자칭 타칭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쪽 인사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그에게는 대권에 도전할 ‘보스’가 없다. 대권 주자가 뒤를 봐준다는 것은 서울시장 후보 자신뿐 아니라 대권주자의 표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운명적으로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는 박 의원은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는다. “계파간 대결, 그거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때문에 ‘지상전’은 박 의원 스스로 선택한 운명이자 소신이다. 박 의원 캠프에서는 “이번에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확히 그게 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현실 정치는 계파 정치를 거부하면서도 이에 못지않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물 폭탄주’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의원이 이번 경선을 계기로 그 제조법을 내놓기를 한번 기다려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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