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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신흥국 투자 체크포인트는

페르난도 로사다, 얼라이언스번스틴 라틴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조별 경기가 한창이다. 세계에서 손꼽을 만한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갖췄으나 전략 부재와 잘못된 전술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팀들을 보며 몇몇 신흥국가가 떠오른다.

한때 투자의 총아로 촉망받던 신흥국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률 둔화와 자금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미국 출구 전략으로 인한 달러 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며 정상화 국면에 들어선 신흥국도 보인다.

채권 투자시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을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와 수입하는 국가로 분류해 경제수익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석유·천연가스·구리 등과 같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풍부한 원자재를 보유한 라틴아메리카·유럽·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원자재 붐'이 일었다.


이는 실제로 국가 전체 수익 및 거래 지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와 같은 이른바 원자재 부자 국가들은 적극적인 수출을 통해 경제적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터키 및 한국과 같은 대표적인 원자재 의존 국가들은 같은 시기 불황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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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보유량과 국가 신용 펀더멘털, 그리고 경제 성장이 꼭 비례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중남미 최대 원자재 보유국가인 베네수엘라는 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 바람을 타고 지난 10년간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240% 이상 성장했지만 정부의 무분별한 과소비와 자본 도피로 오히려 상황은 2003년 이전보다 악화됐다.

큰 규모의 금속 생산국인 우크라이나 역시 집권계층에 의한 자본도피와 지출 증가로 원자재 붐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상쇄됐다. 이러한 상황은 말레이시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반면 원자재 수입국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한 재정 정책을 마련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 터키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였던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높은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터키 경제 중장기 과제'를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터키는 2003년 대비 안정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해졌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면 재료의 가치는 떨어지듯 원자재를 풍부하게 보유한 국가라도 정책이 효율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안정적인 경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흥국 투자에 있어 원자재만이 투자의 유일한 동력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때 각 국가가 얼마나 현명한 경제 정책과 선구안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유념하고 견고한 경제 정책을 갖춘 국가를 찾아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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