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출주 악재 많지만… "일단 보유하라"

엔저·이익 하향폭 둔화 전망… 3분기 실적 나오면 외국인 매수 가능성

부정적 전망 거의 노출

수급상으로도 반등 시점



수출주 항로에 암초가 가득하다. 사업 부진과 엔화 약세(엔·달러 환율 상승)로 실적에는 또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수출선(船)의 선장 격인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사업에는 해무가 앞을 가리고 있고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 등 1급 항해사들은 엔저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주에 타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절매를 하고 배 밖으로 뛰어내려야 하는 지, 불안해도 계속 탑승해 원하는 목적지를 기다려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시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환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미 생산기지를 동남아 등 신흥시장과 수요처인 중국과 미국에 분산시켜놨기 때문에 환율에 따라 기업가치가 시시각각 변하지 않는다"며 "단기간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돼 부진할 수 있지만 당장 처분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3·4분기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수출주들의 실적 발표 이후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0엔 오른 107.22엔(오후3시 기준)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 이전에는 105엔 초반에 머물러 있던 엔·달러 환율이 107엔 이상으로 반등한 것이다. 연말까지 110엔을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10월 채권 매입을 끝내고 금리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일본이 얼마나 더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연말까지 엔·달러 환율은 110엔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당장 달러화가 강세가 돼 유로화와 엔화의 약세를 견인할 수 있어 자동차·가전 등 일본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분야는 환율 악재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동반된다면 우리 정부도 환율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환율 정책 변화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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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큰 폭으로 성장해왔던 수출 사업들이 완만한 성장 내지는 침체되는 국면이라 수출주의 3·4분기 실적전망도 부정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수출주의 3·4분기 실적 평균치를 살펴보니 삼성전자의 올 3·4분기 영업이익은 6조6,0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0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역시 3.93% 줄어든 1조9,310억원, 기아차는 2.65% 감소한 6,77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삼성전기(-74.15%), 현대하이스코(010520)(-64.74%), 현대중공업(적자전환), LG화학(051910)(13.65%)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삼성전자(0.76%), 현대차(3.04%), 기아차(2.58%) 등은 다소 올랐지만 최근 주가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외국인 수급이 몰리고 있다지만 이들 종목의 실적 전망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코스피가 3·4분기 이후 저점을 통과하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시장을 사고 있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장 대형 수출주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고민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보유하라고 조언한다. 실적은 부진하지만 수급적으로 반등할 여지가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글로벌퀀트팀장은 "수출주들이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하지만 3·4분기 중으로 엔화약세가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이익 하향폭도 둔화될 것"이라며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수출주의 3·4분기 실적이 나오면 외국인들이 저점 신호로 보고 자금을 한국 시장으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악재가 거의 다 노출돼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부분만 보여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이 피해를 받으면서 연중 저점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이것이 오래 지속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미 부정적인 전망들은 시장에 노출돼 있는 만큼 기업가치를 놓고 보면 엔화 약세가 가파른 속도로만 내려가지 않는다면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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