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동해 영문표기 Dong-Hae로


세계의 바다에 공식적인 이름을 붙이는 첫 국제수로회의가 지난 1919년 영국 런던에서 열렸다.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하던 일본은 동해(East Sea)를 일본해(Japan Sea)로 등록, 1929년 출간된 '해양의 경계(S-23)' 초판본에 공식 표기돼 오늘에 이르렀다.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이듬해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해달라고 유엔 표준지명표준화회의와 국제수로기구(IHO)에 요청하는 등 바다 이름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으로 최근 세계 여러 나라의 지도에서 '동해/일본해'로 병기된 비율이 30%로 높아졌지만 아직 미약하다. 해 뜨는 동해에 풍요ㆍ번영 기원 동해는 애국가 첫 소절에서 언급할 만큼 우리 국민에게 오랜 역사의 현장이자 정신적 안식처다. '동해물'은 광개토대왕릉 비문의 동해매(買)에서 유래했는데 '매'는 물(水)을 가리키는 고구려어다. 우리 조상은 해가 뜨는 동해를 외경했으며 문자가 생기기 전부터 한 해의 풍요와 다산, 평안과 번영을 기원했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는 동명성왕이 동해변(邊) 가섭원으로 옮겨 동부여를 건국했다고 기록했고, 고려사에는 동해를 삼한(三韓)ㆍ해동(海東)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별칭으로 썼다. 이처럼 우리 민족에게 동해는 단순히 동쪽에 있는 바다라는 의미를 넘어 우리 역사와 문화를 내포한 고유명사가 됐다. 세계지도 속에 우리나라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17세기와 18세기 초 동해는 동방해(Ocean Oriental, Mer Oriental)로, 18세기와 19세기 초에는 코리아해(Sea of Corea, Corean Sea, Mer de Coree)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일본의 영향력이 우세해지는 19세기 초부터는 대부분 일본해(Sea of Japan 또는 Japan Sea)로 바뀌더니 20세기 들어서는 일본해 일색이 됐다. 에도시대 천문학자인 다카하시 가게야스가 1807~1810년 동판으로 제작ㆍ인쇄한 '신정만국전도', 일본에서 서양학문의 최고 권위자였던 미쓰쿠리 쇼고(箕作省吾)가 1844년 제작한 '신제여지전도' 등 최근 혜정박물관이 공개한 일본 고지도에는 동해가 조선해로 표기돼 있다. 최근 일부 인사들이 동해를 Sea of Corea, 또는 Korean Sea로 기록한 서양 고지도의 사례를 들어 한국해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해를 한국해로 표기하면 우리 영해임을 세계에 알리는데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Corea 또는 Korea는 오늘날에 와서야 대한민국ㆍ한국으로 번역됐을 뿐이며 서양 고지도에 표기될 당시에는 조선을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따라서 Sea of Corea와 Korean Sea는 조선해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중국ㆍ일본 등 동양 고지도에서도 조선해로 표기했다. 동해를 한국해로 표기하려 할 경우 남북한 간에 공감대를 이루기 어렵고 한일 간에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해야 한다고 주창하며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온 우리 정부의 노력을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 된다. 외교는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East sea엔 역사적 의미 못담아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창했던 동해에 대한 영문표기인 East sea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해에 대한 우리 민족의 감성보다 방위를 나타내는 지시성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동해를 우리의 발음대로 Dong-Hae라고 표기하고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사용해온 East sea와 병기하는 것이다. 동해를 Dong-Hae(East sea)로 표기한다면 지구촌에 우리의 영해라고 명확하게 인식시킬 수 있고 우리 민족이 가진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외교적 원칙도 지켜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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