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지 1년이 채 안된 신생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신규투자 건수가 지난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일 벤처캐피털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VC에서 신규 투자금을 유치한 업력 1년 이하 신생기업 수가 102개로 투자규모는 1,54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신생기업 수가 100개를 넘긴 것은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던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다. 모바일 혁명으로 인한 창업 열기와 IT환경변화, 모태펀드를 통한 자금 유입이라는 삼박자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며 VC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신생기업 투자에 무게중심을 두는 VC들도 등장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각각 10건 중 4건, 12건 중 7건의 투자를 업력 1년 이하 신생벤처에 집행했다. 초기기업을 위한 '엔젤과 VC사이' 투자를 표방하는 본엔젤스도 올해 5개의 업체에 투자했다.
VC들의 신생업체에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현 시점을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의 보급에 따른 모바일(mobile) 시장의 팽창기로 보고 있기 때문.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네이버, 다음 등 IT벤처기업들이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는 것이다. 지난 10월말 국내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2,000만대를 돌파해 국내 데스크톱 및 노트북PC 대수를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모바일 업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등장하기 전에 신생벤처에 '씨(seed)'를 뿌리려는 VC들의 움직임도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실제 모바일 시장에서는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과 같이 의미 있는 숫자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묶어두기(lock-in)에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는 "(PC기반 서비스가 그랬던 것처럼) 2~3년 내 모바일 시장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사용자들도 더 이상 새로운 서비스를 익히는 걸 귀찮아할 것"이라며 "스마트기기가 막 보급돼 사용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지금이 창업과 투자의 적기"라고 설명했다.
투자 및 사업 환경도 초기기업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박지웅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심사역은 "요즘은 어느 정도 단계에 오른 회사에 10억원 투자하는 것과 신생기업에 1억 투자하는 것이 (투자 효과가) 비슷하다"며 "네트워크 비용 하락, 오픈소스(무상으로 공개된 소스 또는 소프트웨어) 증가, 클라우드(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자원을 웹에서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돈을 지불하는 방식)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스타트업(start-up)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다만 금액 기준으로 전체 투자에서 업력 3년 미만 초기기업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8년 40.1%에서 2010년 29.3%, 2011년 29%로 낮아지는 추세다. 업계관계자는 "몇 년 새 크게는 건당 수백억에 이르는 중견기업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며 "펀드규모가 커지며 운용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