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난터우(南投)와 타이중(臺中)지역 주민들은 새벽에 강타한 지진으로 공포에 휩싸여 대부분 거리로 뛰쳐나왔고, 무너져 내린 건물 곳곳에선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 이어졌다. 또 타이완 북부지역 600여가구의 전력이 끊기면서 암흑세계에 빠져들었다.현재까지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진앙지인 난터우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들이 대거 붕괴돼 매몰자 수를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고속도로를 비롯한 주요 도로들이 대부분 파괴됐다.
또 수도 타이베이(臺北)는 철도역 근처 12층짜리 호텔이 절반 정도 무너져 내리면서 인근 건물들도 붕괴됐고, 중부 창화(彰化)현에서도 주택 붕괴로 수십명이 건물에 깔렸다.
대만 방재 당국은 이번 지진이 100년만의 최고 강도로, 피해도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지난 1935년 타이완에 리히터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3,276명이 숨진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진앙지가 대부분 태평양 동쪽 해저여서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섬 중앙이 진앙지여서 피해가 컸다』고 분석했다.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은 지진발생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주민들에게 침착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하고 신속한 피해복구 및 구호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타이완의 지진 피해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한 모든 방안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리 총통의 일국양제(一國兩制) 거부로 타이완-중 양국간 대립과 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인명 피해는 물론 경제적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100여채 이상의 건물과 가옥이 무너져 내렸으며, 북부지역 전역에 전력이 끊기면서 이 지역 반도체 등 주요 생산설비가 일시 가동 중단상태에 들어갔다.
타이완 반도체 제조사(TSMC)이 신죽(新竹)공업단지내 전력이 끊겨 이날 일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신죽 공업단지인 사이언스 파크의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약 2억달러 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타이완 최대 메모리칩 메이커인 윈본드 전자는 앞으로 최소 3일 동안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피해 규모는 69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주문반도체 부문 세계 2위 기업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사도 이번 지진으로 740만달러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인철기자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