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산업이 흔들린다] 獨, 상호출자로 경영권 `철벽방어`

독일의 보험회사인 뭰헨Re는 알리안츠의 지분 26%를 소유하고, 알리안츠는 뮌헨Re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은 서로 실타래처럼 얽히면서 철벽의 경영권 방어막을 쳐 놓았다. 대부분 독일 기업들은 이처럼 `상호출자`(Cross-share holding) 방식을 통해 적대적 M&A를 근원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1월 영국의 이동통신회사인 보다폰 에어터치가 경쟁업체인 만네스만을 1,80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 몇 년간 독일에서 이렇다 할 적대적 M&A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의 기업과 은행들은 상호출자에 의한 광범위한 지분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인 지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들은 또 상호출자 관계를 통해 상대방 회사의 감독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교차이사제도를 폭 넓게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독일정부는 최근 `기업인수법`을 만들어 ▲적대적 M&A에 직면한 경영진은 주주총회 승인 없이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고 ▲주주총회에서 75%가 찬성할 경우 경영진은 18개월 동안 자율적으로 사후 방어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의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했다. 이 같은 독일의 강력한 경영권 방어제도는 생산과 기술을 중시하고, 영미자본주의를 `카지노 자본주의`로 배척하는 기업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자본의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독일 내부에서도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상호출자`에 대한 자성론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독일정부는 기업지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명성 및 공시법`을 제정하는 한편, 겸임 감독이사직 축소 및 의결권 대리행사 규제 등 `상호출자`에 대한 부분적인 개혁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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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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