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韓·싱가포르 물류협력 기대

정봉민<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물류·항만연구센터장>

한국과 싱가포르의 협력관계는 지난해 11월 한ㆍ싱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싱가포르는 이 협정문에 이미 가서명을 한 상태이며 우리나라는 국회 비준 철차를 남겨놓고 있으나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ㆍ싱 협력관계에서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해운물류산업이다. 세계적인 물류 강국인 싱가포르는 물류시설 운영, 물류정보 시스템, 물류관리 등에서 선진기법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천항 개발ㆍ운영에 참여하는 등 한국에 대한 물류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국 물류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는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서의 한국의 발전잠재력을 그만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ㆍ일본 등 동북아 거대 경제권의 중심에 위치해 물류 활동에 있어 최적의 입지 여건을 확보하고 있다. 특정지역의 물류경쟁력은 입지 여건, 시설 및 운영 여건, 비용 여건 등에 의해 결정되는 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 여건이다. 입지 여건은 중심성과 중계성(연계성)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해당지역의 배후지에서 얼마나 많은 화물이 발생하는가에 의해 결정되며, 후자는 대량화물 발생지 또는 간선항로와 얼마나 용이하게 연결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배후지의 화물이 많을수록, 대량화물 발생지 또는 간선항로와 최소의 이로(離路) 거리로 연결될수록 우수한 입지 여건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중심성의 측면에서 보면 특정 항만이 연간 300만TEU 내외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면 중심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하주의 적기운송 및 연계수송의 편의, 선사의 화물 및 기항 빈도의 확보, 검수ㆍ장비수리ㆍ예도선ㆍ이송 등 항만 관련 서비스의 이용 등이 원활하게 이뤄짐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난해 컨테이너 항만물동량은 1,452만TEU에 달했으며 따라서 충분한 중심성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중계성의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화물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중국 및 일본과 가까이 위치해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물이 이동하는 중국~북미 항로상에 입지하고 있으며 일본~유럽으로 연결되는 화물의 환적 및 부가가치 물류 활동 기지로서 기능하기에 적합하다. 싱가포르는 한국의 이러한 물류 중심지로서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양국간 물류 협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질적인 타결을 거둔 한ㆍ싱 FTA 협상 과정에서 싱가포르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했던 이유 중의 하나도 싱가포르 기업의 한반도에 대한 물류산업 진출을 겨냥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물류산업 발전 여건은 싱가포르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이다. 한편 한국의 입장에서도 동북아 물류 중심화를 달성함에 있어 싱가포르의 선진 물류기법과 자본의 도입이 절실하다. 한국은 부산 신항과 광양항에 대규모 자유무역지역 및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고 글로벌 물류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는 바, 싱가포르 물류기업의 투자는 한국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과 싱가포르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며 따라서 물류 배후권역이 달라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즉 양국이 각 권역 내 물류 중심 기능을 강화해나감에 있어 상호협력함으로써 윈-윈(win-win)관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의 싱가포르 방문은 이러한 양국간 협력관계의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가공ㆍ조립ㆍ포장 등 부가가치 물류 활동의 측면에서는 물류 선진국에 비해 아직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한ㆍ싱 물류협력의 강화는 우리나라가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물류 중심화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물류시장에서 제2의 싱가포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