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과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의 확산이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혔다.또 아시아경제는 심각한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겠지만 세계경제를 견인할 정도의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7일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올해의 세계경제 흐름을 예측한 「99년 해외 트렌드 10」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도전받는 자본주의=세계경제는 지난 97년(3.2%)과 98년(2.0%)에 이어 99년에도 2.1%의 저성장을 보이며 불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러시아·브라질 등지로 확산돼 세계 동시불황이 우려되며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미국경제는 2%대로 연착륙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 98회계연도에 700억달러의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실업률이 4.4%를 유지하는 등 경제 기초여건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더라도 과열된 주식시장, 기업 경상이익 감소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 무역수지 적자확대, 신용경색 등의 위험은 내재돼 있다.
◆유로화 출범과 새 통화질서=올해초 도입된 유로화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새로운 국제통화질서가 모색될 것이다. 산업계는 유로화 시대에 걸맞는 범유럽 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국경을 초월한 대규모 합병이나 인수를 적극 추진, 금융·자동차·화학·유통 등 산업전반에 걸쳐 합종연횡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범유럽차원의 금융시장 출현으로 8개 증권거래소 통합과 기업 합병·인수(M&A)증가로 유럽 증시에 국제자본이 대거 유입돼 증시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정=98년 미국 집중화현상을 보였던 국제자본 흐름은 유로화 출범과 아시아 지역의 경제여건 개선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의 패권적인 지위는 다소 약화될 전망이다. 핫머니는 국제사회 및 국가별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규모가 축소되는 등 투기적인 성격은 약화되고 향후 우주, 바이오 산업 등 고수익 신기술 투자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 침체와 유가 등 원자재 가격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중남미, 동유럽, 중동지역에서 연쇄적인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진정되는 아시아 경제위기=중국경제는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7%대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수출둔화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에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경제는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97년 마이너스 0.7%, 98년 마이너스 2.2%(추정)에 이어 99년에도 마이너스 0.5%가 예상된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세계경제 불황으로 세계교역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산업·무역정책의 보호주의 성향과 대외통상압력이 증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오는 2000년에 출범할 노동, 환경, 경쟁정책, 투자, 기술, 반부패 문제 등 뉴라운드 문제를 둘러싸고 다자간 협상의 범위·방식·일정 등과 관련, 국제적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다.
◆인터넷·전자상거래 확산=인류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내에 보급된 미디어인 인터넷의 상업적 활용이 크게 늘어나 본격적인 대중 정보화 매체로 발전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는 97년 100억달러 수준에서 98년 300억달러, 99년 700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는 기업의 상거래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며 산업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주도기업간 거대합병 지속=합병이 합병을 유발하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면서 자동차·화학·통신·금융·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합병 및 제휴가 이어지고 지역적으로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띠게 된다. 이에 따라 업종별로는 상위 3대 기업이 지배하는 3강의 법칙이 실현될 것이다. 3강의 법칙은 업종별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각각 10%이상인 상위 3대 기업이 산업계를 재편, 3강이 70%의 시장을 지배하고 나머지 30%의 시장을 놓고 틈새 기업이 경쟁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이상기후와 식량수급 불안=엘니뇨 등 기상이변이 속출함에 따라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생태환경 파괴로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식량증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식량무기화 등으로 식량자급도가 낮은 국가들의 식량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밀레니엄과 Y2K=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Y2K 문제가 핵전쟁, 비행기추락 등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대두하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가의 집중적인 투자로 Y2K 문제가 점차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Y2K 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는 금융, 통신, 사회인프라 등 주요 부문의 생산성을 제고시키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으며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둔 호주가 99년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100만명이 참가할 축제개최를 준비하는 등 세계각국의 적극적인 밀레니엄 마케팅은 경기진작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진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