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전쟁과 베네주엘라 유전 파업에도 불구, 올들어 전략비축유(SPR)을 한방울도 방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SPR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라크 전쟁, 베네주엘라 파업 사태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였던 유가가 한때 4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이 기간에 3,700만 배럴의 기름을 지하 동굴에 더 채워 현재 SPR이 5억9,950만 배럴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SPR 저장은 73년 오일 쇼크때 시작했으며, 지난 2000년 9월에 유가가 배럴당 37달러까지 치솟자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3,000만 배럴의 SPR을 방출, 유가를 30달러로 낮춘 적이 있다. 당시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클린턴 행정부의 SPR 방출을 앨 고어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정치쇼라고 공격하며 극도의 위기가 아닌 이상 SPR을 방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 중동 유전의 손실이 거의 이 거의 손상당하지 않자 위기가 아닌 것으로 보고, 과거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석유전문가들은 민간 회사들이 유가가 쌀 때 비축유를 늘리고, 비쌀때 풀어 차익을 챙기듯이 미국 정부도 SPR을 상업화해서 유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SPR 방출이 유가 급등을 저지하는 기능이 있지만, 정부 비축유가 낮아지면 투기꾼들이 나타나 유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 부시 행정부는 SPR을 앞으로 7억 배럴까지 늘려 석유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난 지금, 미국이 SPR을 풀 가능성은 거의 없다. 17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주에 감산을 논의할 것이라는 우려로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의 SPR 정책이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 비축유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해안의 지하동굴 4곳에 저장돼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