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남북간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법을 바꿔야 합니다. 사이버상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길을 놔두고 중간 브로커를 통하게 되니까 뒷거래나 부작용이 생기는 겁니다”
`벤처`란 이름이 생소했던 90년대 중반 `옥소리` 사운드카드로 컴퓨터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1세대 벤처기업가 김범훈 훈넷 사장 . 잘 나가던 벤처기업 옥소리를 한솔전자에 70억원에 매각한 후 인터넷게임사이트인 훈넷과 솔루션업체인 훈네트 등을 경영하던 그가 지난해부터 돌연 대북사업 전문가이자 인터넷 남북통일운동가로 변신해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인터넷 남북통일이야말로 대북경제협력사업에서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선결과제”라며 “기업인들이 북한 기업인, 관료들과 자유롭게 채팅을 통해 상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북사업 동기에 대해 그는 “인터넷사업을 하다 보니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복권 사이트를 운영할 생각이 들었고 사업장소로 북한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사업에 나선 김 사장은 북한 신의주부터 평양까지 광통신을 깔아 인터넷을 개통시킨 후 지난해 초 평양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인터넷복권 사이트를 열었다.
“그러나 대북협력사업자 승인을 내줬던 통일부가 인터넷복권 사업허가를 안 내주겠다고 번복하는 바람에 사업이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에서의 주민접촉을 막고 있는 승인제를 폐지해야 어떤 대북사업이든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입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4월 통일부의 사업불가 발표가 나오자 김 사장은 10개월여 동안 평양에 남아 사업중단에 대한 북한당국의 오해를 푸는 동시에 사업활로를 찾는데 골몰했다.
김 사장은 “이달 안에 조웅규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70명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송봉남 피플 발행인, 개혁당의 유시민씨, 영화배우 문성근씨, 전재명 주간 오마이뉴스 총괄본부장 등이 발벗고 나서 법안개정 네티즌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간 인터넷 물꼬가 트이면 남북 전자상거래사업이 활기를 띨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침에 서울에서 평양 사무실로 출근해 일하다가 저녁때 서울로 퇴근하고 싶습니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